아파트 경비원도 갑질에서 보호받을까…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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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뉴스24팀] 각종 갑질에 노출돼 스트레스에 시달릴 우려가 큰 아파트 경비원을 보호하기 위해 콜센터 근로자와 같은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조치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돼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입주자대책위원회(입대위)나 경비회사는 경비원이 입주자 등의 폭언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면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전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24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이달 초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안에는 천 의원 외 42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를 고객응대근로자와 같은 보호 조치를 적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고객응대근로자는 고객의 폭언, 폭행 등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에게 업무 중단 또는 전환, 치료 및 상담 지원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사업주는 이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주는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 교육 등 예방조치도 해야 하고, 고객응대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서도 안 된다.

천 의원은 "서울 강북구 아파트에서 경비 노동자가 입주민의 갑질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조치를 경비노동자에게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법안 내용에 공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대상에 경비 노동자를 포함시키는 내용에 동의하고 있다"며 "정부로선 경비 노동자 외 다른 직군도 광범위하게 법 적용 대상으로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을 아파트 입대위가 직접 고용한 경우 입대위가, 경비회사에서 경비원을 파견했다면 경비회사가 관리 책임을 지게 된다. 이들이 경비원의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 교육 등 예방 조치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아파트 경비원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는 조치까지 요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경비원에 대한 갑질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법안 내용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관리소장들에게 책임이 과도하게 몰리게 되는 부작용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오영환 의원은 아파트 경비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 의원의 법안은 아파트 경비원과 콜센터 상담원 등을 감정노동자로 지정하고 이들의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경감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6년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이 이와 비슷한 법안을 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천준호 의원이 최근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경비원이 경비 업무 외에 수행해야 할 다른 업무를 법 시행령을 통해 규정하게 함으로써 경비원이 일부 입주자 등의 허드렛일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경찰청이 '경비업법' 규정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의 업무를 순수 경비로만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인 바 있는데, 법안은 경비가 순수 경비 업무만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경비원에 대해 다른 업무도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안의 전체적인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세부적으로 어떻게 제도 개선을 해 나갈지는 관계 부처간 논의가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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