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코로나 구상권 청구, ‘엄포용’?…‘5개월 경과’ 변론기일도 못 잡아

지난 1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구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 위반자를 대상으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지방자치단체들의 재판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피소된 지 6개월이 다 돼가지만 답변서조차 내지 않은 방역수칙 위반자들도 있다. 소송을 제기한 지자체들 역시 변론기일 지정 신청을 하지 않는 등 재판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당시 서울 강남구 거주 유학생 모녀에 대해 1억원대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제주시는 소(訴) 제기 후 5개월 남짓 지나도록 재판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제주시는 처음으로 방역수칙 위반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한 지자체다. 지난 4월 중순께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됐지만 현재까지 피고인들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애초 제주도는 지난 3월 도를 방문한 A(19·여)씨가 제주 입도 첫날 저녁부터 오한·근육통·인후통 등을 느끼고 다음날 오전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증상을 보였지만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제주시 실무자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경각심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재판을 통해 피해금액을 받아내는 것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면 고소인은 변론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할 수 있지만 제주도는 변론기일 지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제주시가 방역수칙 위반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 이후 다른 지자체의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랐지만 이들의 재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6월 22일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물어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과 신천지를 상대로 1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구시는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확인돼 교인 및 집합시설 명단 등 요청했지만 신천지가 누락된 명단을 제출해 방역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신천지 폐쇄 명령을 어기고 교인들에게 길거리 전도를 종용하는 등 감염 확산을 조장했다고도 봤다.

하지만 신천지를 상대로 한 대구시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이 총회장과 신천지에 대해 각각 소송을 진행했는데, 소장은 이날 현재 이 총회장에게만 전달된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천지가 그간 폐쇄 조치 행정명령 등을 받아, 소장 송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소장이 송달되면 재판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도 지난 20일 사랑제일교회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전광훈 담임목사 등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단검사·역학조사 과정에서 기피·거짓·불복 등으로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초래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23일 낮 12시까지 누적 확진자는 총 841명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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