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열쇠’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밀어붙이기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FDA의 코로나19 혈장치료 긴급승인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회복 환자의 혈장을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치켜세웠다.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승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전에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가 현재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쏠려있는 여론을 뒤집고 재선에 성공하기 위한 최대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행정부의 성급한 움직임이 자칫 안전성이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나 백신을 승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치료에 과거 감염됐다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로 “중요한 회견이 오후 5시 반에 열린다”고 예고한 후다.

FDA는 이날 성명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지 사흘 안에 혈장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다른 환자들보다 상태가 호전되고 사망률도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스티븐 한 FDA 국장은 긴급승인 배경에 대해 “이 연구에서 우리는 혈장치료가 안전하고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부터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로 이번 FDA 승인을 꺼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혈장치료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돌파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란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혈장이 에볼라를 비롯한 감염병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돼 왔는데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는 엄정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유망하기는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고 전했다.

실제 외신 등은 FDA의 혈장 치료 승인 발표가 더 빨리 나올 예정이었으나, 백악관 고위 보건 전문가들의 반대로 지연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적 목적 때문에 승인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날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오는 9월 말께 백신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지난달 30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모인 자리에서 백악관 관료들이 선거 전 백신 승인 계획을 밝혔고, 가장 유력한 후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선거 전에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겠다는 의지와 기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NYT는 “행정부가 기간을 특정하고 백신 승인을 밀어붙이는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으로, 행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승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에서 2상,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으로, 연구진들은 이르면 오는 9월까지 최종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미국에서도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하기는 했으나, 아직 참가자 등록 단계다. 만약 9월 말에 미국이 해당 백신을 승인한다면 국내 3상 시험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승인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정치적 운명이 곤두박칠 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이제 백악관은 임상 3상이 끝나기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승인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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