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 ‘큰장’ 선다…베이비부머 세대 자산 밀레니얼 세대로 대이동

자산관리(WM) 시장의 주요 고객들인 큰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상속·증여’다. 최근 수년 사이 국세청이 집계한 상속·증여 현황을 보더라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창 일할 20대~60대를 한국의 고도성장기와 함께 보낸 세대가 이제는 자식들에게 자산을 물려줄 때가 된 것이다. 이는 곧 금융사 WM부문이 가장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시장이란 분석이다.

22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상속·증여세 신고 재산가액이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속된 재산의 총액은 21조5000억여원으로 2018년 대비 4.7% 늘었다. 상속 신고 건수도 9555건으로 13.1% 증가했다. 증여된 재산의 총액도 28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고 신고 건수는 15만1399건으로 4.3% 증가했다.

상속되는 재산의 총액은 지난 2015년 12조1885억원, 2016년 14조6636억원 등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증여되는 재산의 총액 역시 2015년 15조2836억원에서 2016년 18조2082억원, 2017년 23조3444억원, 2018년 27조4114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하나금융연구소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상속·증여 재산 총액 규모가 100조원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은 바 있다.

상속·증여 액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물려줄 것이 많은 부모 세대의 ‘부(富)’가 일차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70대가 한창 왕성하게 활동했을 30~40대 였을 때인 지난 1970~80년대 한국은 한해 평균 경제성장률 두자리수를 기록할만큼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 아시안게임(86년)과 올림픽(88년)을 치른 해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12.2%와 11.7%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가의 부(富)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직도 ‘몇년 치 월급을 모아도 집을 못산다’는 비교가 나오는 것은 초고도 성장기 2~3년만 월급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 때를 향수하는 관측들이다. 이렇게 쌓인 부가 세대간 이전을 준비하는 시기가 현재로 다가왔고, 이는 또다른 측면에선 WM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됐다는 것이 업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한 증권사가 예치자산 기준 30억원이 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큰 현재의 고민을 묻는 질문에 ‘증여·상속’(30.2%)이 1순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금융수익(30.0%), 양도세 절세(19.2%), 부동산 투자(14.0%) 등 순으로 나타났다.

WM업계 관계자는 “부의 대물림은 전세계 공통현상이다. 2차대전 후 베이비부머들이 모은 자산이 80년~90년대생들에게 옮겨가는 과정이다”며 “미국의 경우 2060년까지 6경원이 넘는 자금이 상속이나 증여의 방식으로 세대를 건너갈 것이라 보는 관측도 있다. 소위 ‘부의 대이동(Great Wealth Transfer)’이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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