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예비부부들…코로나 재확산에 결혼식 취소·연기 잇따라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뉴스24팀] 이달 30일 경기 부천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예약한 A(34·여)씨는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애가 탄다.

전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결혼식을 취소하려 했지만, 예식장 측이 위약금을 요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는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해서 확산하는 상황에서 시행되는 조치다.

이 단계는 실내에서 50명 이상 모이거나 실외에서 100명 이상이 대면 접촉하는 '결혼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49명이 모이면 결혼식을 치를 수 있지만 신랑, 신부, 양가 부모, 주례자, 사회자 등 필수 참석자 10여명을 제외하면 실제 하객은 30여명이 넘지 못한다.

앞서 올해 초 A씨는 부천 한 예식장과 계약하고 지난 3월 결혼식 날을 잡았지만, 당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결국 예식을 치르지 못했다.

예식장 측은 당시 결혼식 연기와 취소 모두 위약금을 내야 하지만 연기하면 추후 결혼식 때 잔금에서 위약금을 공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큰 손해를 감당할 수 없어 결혼식 비용의 30%가량인 780만원을 위약금으로 내고 결혼식을 5개월 뒤인 이달 30일로 미뤘다.

하지만 재차 결혼식 직전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자 예식을 아예 취소하기로 결심했다.

예식장은 그러나 결혼식을 취소하면 위약금은 되돌려줄 수 없다며 예정대로 예식을 치르라고 종용했다. 참석할 수 없는 하객들에게는 답례품을 주겠다고도 했다.

A씨는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코로나19로 결혼식을 취소하려는 것인데 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고 항의했지만, 예식장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예식장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어 예식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A씨는 25일 "예식 취소에 대한 책임을 예비부부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약금 면제 방안 마련을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고 들었는데 앞선 코로나 사태로 이미 위약금을 치른 예비부부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막막하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인천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다음 달 5일 부평구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예약된 B씨 역시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

이 예식장도 결혼식을 연기 또는 취소하면 예식비의 35%(계약금)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며 예식을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B씨를 종용했다.

더욱이 이 예식장 측은 예식 날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예식장 내 뷔페식당을 운영하지 않겠다며 대신 하객들에게 1인당 식비 4만원에 상당하는 홍삼 세트와 와인 세트를 답례품으로 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B씨는 "시간을 내서 온 하객들에게 음식 대접도 못 하는 결혼식을 누가 하고 싶겠냐"며 "답례품인 홍삼 세트와 와인 세트는 4만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다른 예비부부들을 모아 예식장 측과 담판을 지을 계획"이라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예식장은 예비부부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하고 답례품도 각 예비부부들이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로 결혼식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결혼식을 연기할 때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식을 진행할 경우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해달라고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

최소 보증인원은 애초 계약한 최소 하객 수로 하향 조정하면 예비부부들이 예식장 측에 지불하는 식비 등 비용이 줄게 돼 부담을 덜 수 있다.

예식업중앙회는 이 요청을 수용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닌 데다 시행 여부는 각 회원사인 예식장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실효성은 미지수다.

게다가 예식업중앙회는 회원사 150여개로 전체 예식장의 30%만 가입돼 있어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결혼식 연기·취소에 따른 위약금은 예식장과 예비부부들의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면제 등 요청을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예식업중앙회 비가입 예식장에도 위약금 면제를 권고하는 한편 다음 달 내 위약금 관련 분쟁 해결 기준을 만들어 분쟁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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