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키코 배상’ 부담, ‘상생 기금’ 출연 방식은?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 기업들이 은행 출연금으로 구제 기금을 조성하는 안을 제안했다. 키코 사태 해결을 위한 분쟁 자율조정이 지지부진하자 '배상'이 아닌 '기금 출연' 형식으로 은행들의 배임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25일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상생 기금을 만들어 피해 기업을 구제하는 절충안을 제안한다"며 "은행들이 배임 이슈 때문에 배상할 수 없다면 기금 출연 형식으로라도 책임지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키코 공대위는 전날 금융감독원 당국자와의 면담에서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고 검토를 요청했다.

공대위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이 나오기 전인 작년 1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면담 때도 구제 기금 및 피해기업 지원용 펀드 조성 등을 요구했다.

공대위가 다시 기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불수용한 데 이어 자율조정 논의마저 안개 속을 걷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계속 대척점에 서는 것보다는 상생으로 가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지 않겠느냐"며 "단 이미 소송을 한 기업도 포함하자는 게 우리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금 조성 제안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금 출연을 위해서는 은행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고, 은행들이 기금 조성에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기금 규모 및 운용 방법 등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다.

앞서 금감원은 키코 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은행이 피해 기업 4곳에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나머지 145개 기업에 대해서는 조정안을 토대로 은행들이 자율조정(합의 권고)하도록 했다.

권고안을 받은 은행 6곳 중 5곳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배상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자율조정의 경우도 전체 키코 판매 은행 11곳 중 산업은행을 제외한 10곳이 은행협의체를 꾸리긴 했지만 아직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는 모양새다.

논의를 주도하려는 은행이 없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및 수해 지원에 집중하느라 은행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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