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의 침묵’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경쟁사에 밀리는 삼성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사업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이 26일로 2달을 맞았다. 지난 6월 26일 수사심의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문제 등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검찰에 권고했다. 그러나 두 달 넘게 검찰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삼성의 경영은 ‘시계제로’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메모리반도체 가격까지 하락해 삼성전자의 하반기 경영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를 지탱하는 주력사업이다.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정농단 이후 4년이 넘는 사법리스크로 삼성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올스톱 됐다며 사법리스크 해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뛰는 삼성 위에 나는 TSMC…2나노 공장 공식화=삼성전자가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힌 사이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대만의 TSMC는 지난 25일 초미세공정인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신규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3나노 공정 개발까지 밝혀온 삼성전자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선포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는 TSMC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최첨단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이하 칩을 양산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뿐이다. 7나노부터 3나노까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에 성공했지만 양산에서는 TSMC가 앞서고 있다.

TSMC는 5나노 공정 칩을 연내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12’에 공급한다. 또 내년에는 3나노 시범 생산을 시작하고, 2022년 3나노 제품을 본격 출하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8000명을 더 채용할 방침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1위 업체 대만 TSMC 전경 [TSMC 제공]

삼성전자 또한 지난 2분기 5나노 칩 양산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POWER 10’에 EUV 기반 7나노 공정 칩을 공급하기로 하며 대형 고객사 확보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지난 5월에는 평택 2공장(P2)에 10조원을 들여 EUV 기반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주도권 장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양사간 점유율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TSMC 점유율은 53.9%로, 삼성전자(17.4%) 보다 3배 이상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TSMC의 경우 7나노 반도체의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부터 5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진 반도체 매출이 반영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D램가격이 9개월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7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5.44% 감소한 3.13달러를 기록했다. 구글 등 IT기업의 재고량 증가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분기(5조4300억원)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중되는 사법리스크…대형 M&A도 '올스톱'=재계에서는 수사심의위 종료 이후 2달이 지나도록 검찰이 판단을 미루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면서도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와 불확실성 가중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두달이나 판단을 미룰 근거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재유행과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환경이 엄중한데 이 부회장 기소만으로 기업의 대외신인도는 추락하고 경영진들은 경영현장이 아닌 법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3분기 상위 10대 파운드리 업체의 매출 및 매출 점유율 전망치. [트렌드포스 제공]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으로 사법리스크가 발생한 이후 신사업 발굴과 대형 M&A가 올스톱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형 M&A가 끊겼다.

이 교수는 “전문 경영인이 기존 사업에서 추가 투자나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신성장동력 발굴은 못한다”며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데 재판리스크로 신중한 고민과 검토, 내외부 전문가와의 교류가 힘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가 경제에도 손해”라며 “빨리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냈음에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무리한 보완수사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사를 받은 교수 등 일부 참고인들은 “참고인으로 전문가적인 의견과 소신을 말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갔지만 검찰의 무리한 추궁에 압박을 느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