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뻣뻣해진 금융사… ‘라임 분조안’ 갑을관계 분수령 되나

[헤럴드경제=김성훈·박준규 기자] ‘라임사모펀드 분쟁조정안(분조안)’의 수용 여부 결정 시한을 앞두고 금융감독원과 판매사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판매사들은 분조위의 ‘100% 배상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판매사가 거부할 경우 피해자 소송 지원에 나설 태세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금융사와 금융당국이 또 다시 법정에서 ‘정면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방침이라면 ‘울며겨자 먹기’로라도 따르던 금융사들의 대응이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 라임 펀드 판매사 4곳은 27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분조안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6월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이들 4개사에 대해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분조안을 내놓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는 펀드 사기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이나 신한금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분조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신한금투는 분조안을 수락할 경우 현재 기소돼 있는 임직원들의 재판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100% 배상안’을 받아들일 경우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조안 수용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판매사들의 속내는 배상액 일부 선지급에 적극적인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선지급 대상 투자금의 각각 95%, 82%에 대해서 선지급을 완료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선지급에 동의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하나은행도 85% 이상의 투자자에게 선지급 동의를 받았다. 분쟁조정을 거부하더라도 선지급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앞세워 여론의 비난을 면해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분조안을 수용해주기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면서도 불수용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피해자 측에서 지원해 배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원은 금감원이 라임 사태를 조사하며 확보한 자료와 법률 검토 논리 등을 포괄한다. 금감원이 소송비부터 관련 자료와 논리까지 제공한다면 사실상 금감원과 판매사가 법정에서 맞붙는 형국이 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25일 임원회의를 통해 수용을 당부했음에도 판매사들이 끝내 분조한 수용을 거부한다면, 그동안 당국과 업권의 ‘갑을’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이미 올해 키코 분조안에 대해 상당수가 수용을 거부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금감원장이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내린 징계안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례없는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당국도 금융소비자보호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면서, 어떤 선에서 배상과 처벌이 이뤄져야할 지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진통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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