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P2P 금융도 제도권 편입된다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오는 27일부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이 제도권에 들어온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온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P2P 금융은 중금리 대출·투자시장을 개척한 '혁신금융'으로 주목받았다. 온라인을 통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에게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빌려주는 시스템을 갖췄다. 일종의 대안 금융 역할을 한 셈이다..

26일 P2P업체 미드레이트 통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업계 누적 대출액은 총 11조2654억원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 1조6820억원에서 2018년 말 4조7660억원, 2019년 말 8조6505억원으로 업계 대출액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업체 수 역시 2017년 말 183개에서 2018년 말 205개, 2019년 말 237개, 올해 6월 기준 241개로 꾸준히 늘었다.

문제는 시장이 커진 만큼 연체율(30일 이상)이 치솟고 투자자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미드레이트가 집계한 연체율은 2017년 말 5.5%에서 이듬해 10.9%, 11.4%를 기록하다 지금은 16.3%까지 올랐다.

사기·유사수신 혐의 등으로 P2P 금융업체 대표가 구속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산담보를 취급하는 팝펀딩과 넥펀의 대표가 각각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부실 대출금을 '돌려막기'하다 구속됐다.

이달 초 블루문펀드의 대표는 돌연 폐업하고 잠적했다. 블루문펀드 투자금은 570여억원에 달한다. 연체율 0% 수준으로 공시된 시소펀딩과 탑펀드에서도 원금상환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온투법이 시행되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업체만 P2P 금융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간 '깜깜이'였던 업체를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래 17년 만에 탄생한 금융산업법인 온투법은 금융 신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온투법 등록을 위해선 연계 대출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자기자본요건(5억·10억·30억원)을 충족해야 하고 투자금과 회사 운용자금을 분리해 관리해야 하며, 정보 공시 및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 고위험 상품 취급은 제한된다.

상시 준법감시인 선임, 전산 전문인력 2명 배치, 전산장비·통신수단·보안 설비 구축 등의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업체들은 유예기간(1년)이 끝나기 전까지 정식 등록을 마쳐야 하므로 이 과정을 통해 부실업체는 상당수 걸러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까지 감사보고서를 받아 회계법인에서 '적정' 의견을 받은 업체에 한정해 등록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P2P 대출 투자에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지난달 모든 P2P 금융업체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부적격하거나 제출하지 않은 업체는 현장 점검을 거쳐 대부업으로 전환하거나 폐업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한 P2P 금융업체 관계자는 "비용과 인력 투입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영세한 업체에서는 급하게 준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일단 업체의 재무 건전성을 근거로 심사 대상을 거르는 문턱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문제가 됐던 블루문펀드와 팝펀딩은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각각 '한정', '거절'을 받았다.

일부 부실업체를 제외하면 상당수 대형업체는 제도권 진입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준법감시인, 변호사, 전산 전문인력 등 법에서 요구하는 인적 요건을 갖추고, 공시요건에 맞춰 재무·경영현황, 상품 유형별 건전성 지표, 차입자 정보 등을 정비했다. 내부통제규정과 이해상충방지체계 등의 시스템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 업체들은 수면위로 떠오르고, 시장이 소수의 적격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온투법 시행으로 국내외 대형 금융기관의 투자가 허용됨에 따라 미국처럼 검증된 소수업체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받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업체도 나올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법적 시스템과 대형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은 그동안 P2P 금융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큰 벽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기존 여신업권이나 인터넷은행이 규제와 수익성 문제로 해결하지 못했던 중금리 여신 시장에서 대안 금융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nature68@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