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 좌회전도 척척…자율주행차 ‘레벨3’ 완성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자율주행차량의 실제도로 주행 모습.유재훈 기자

미래 자동차 모빌리티 기술의 종착지는 완벽한 자율주행기술이다. 운전자는 물론 운전석도 없이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최종단계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물론 IT 공룡들까지 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미래를 걸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초대형 기업에 맞서 기술력 하나로 경쟁에 뛰어든 벤처·스타트업들도 있다. 자율주행 차량 솔루션 개발업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a2z)가 그 대표 기업이다.

a2z는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4에 가까운 레벨3”라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 ‘레벨4’는 전세계 어느 기업도 완성하지 못한 기술이다. 실제로 테슬라나 현대차,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연내 레벨4를 충족하는 무인차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볼보 역시 ‘웨이모’의 구글과 손잡고 레벨4 개발을 선언했다.

이같은 고도의 기술을 국내 벤처업체가 근접하게 개발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든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최근 a2z 본사와 연구소가 위치한 대구광역시에서 이들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봤다.

시험 차량은 제네시스 G80에 오토노머스의 자율주행 솔루션이 장착됐다.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실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면허를 100번째로 받은 차량이다. 이 차량에는 전후와 양측면에 라이다 4대, 카메라 6대, 레이더 센서 1대가 장착됐다. 위성항법시스템(GPS) 수신을 위한 센서도 탑재됐다.

시험운행은 대구 알파시티와 삼성 라이온즈파크 인근 5㎞ 구간을 3회 순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행코스는 왕복 4, 6,10차선 도로가 혼재돼 있고, 2곳의 터널이 있었다. 자율주행 전용 시험도로와 달리 다른 차량들도 실제 운행하는 곳이라 언제든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운전석에는 회사 관계자가 탑승했다. 국내 법령 상 아무리 자율주행 시험 차량이라고 해도 운전석을 비운 채로 운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자 차량 내에 비치된 라이다가 인식한 데이터를 표시하는 패널의 화면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발사해 산란되거나 반사되는 빛을 이용해 주변환경을 인식하는데 채널 수에 따라 최대 200m 전방의 물체를 인식한다.

라이다는 자율주행 기술을 안정성을 확보하는 주요한 센서다. 레이더와 카메라만으로 이뤄지는 자율주행은 대상물까지 거리 측정은 가능하지만 정확한 형상이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반면 라이다는 전후방 차량이나 보행자, 건물 등의 거리, 형상 등을 3차원으로 파악해 더 정확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도로 한쪽에 40~50m 전방에 불법주차 차량이 보였다. 그러자 차량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즉각적으로 옆차선 상황을 감지해 차선을 바꿀 수도 있었지만, 감속 이후 안전을 최대한 확보한 뒤 재빠르게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반 차량이 오가는 5차선 맨 오른쪽에서 좌회전을 위해 1차선으로 진입하는 것은 능숙한 운전자들도 바짝 긴장하게 되는 코스다. 진입거리가 짧다면 더욱 그렇다. 시험주행 차량은 마치 사이드 미러로 옆 차선을 확인이라도 한 듯 신속하지만 부드럽게 차선을 변경해 좌회전 차선에 들어서며 이같은 난코스도 안전하게 통과했다.

시험차량은 황색 점멸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의 비보호 좌회전 구간도 안전하게 통과했다. 점멸신호의 경우 맞은편이나, 오른쪽에서 좌회전해 들어오는 차들이 있을 수 있어 일반 차량 주행시에도 사고의 가능성이 높다. 교차로가 가까워지자 감속에 들어가더니 이내 정지선 앞에 멈춰섰다. 때마침 오른쪽에서 진입하려는 차량이 다가와 멈춰섰다. 시험차량은 이를 인식하고, 왼쪽 깜빡이를 켠 뒤 안전하게 좌회전 구간으로 이동했다.

시승 주행 내내 운전석에 탄 회사 관계자는 핸들은 물론, 엑셀러레이터·브레이크를 전혀 조작하지 않았다. 차량 조작은 시동과 정차 등 최소한의 작동으로 한정됐다. 레벨3의 요건인 ‘조건부 자율주행’은 물론 자율주행 구간 내 운전자의 주시가 불필요한 레벨4 단계에 근접한 기술을 보여줬다.

유병용 a2z 이사는 “일부 구간이나 환경에서 급발진, 급제동 등 탑승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주행 오류를 거의 해결했다”며 “중년의 능숙한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하는 수준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형 a2z 대표는 시승 이후 이같은 고도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이 ‘디지털 정밀지도’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라이다와 카메라 등 각종 센서로 90%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면 나머지 부족한 10%를 디지털 정밀지도로 보완해 더 완벽한 기술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디지털 정밀지도는 국내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의 범용성은 물론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성면에서도 꼭 필요한 요소”라며 “전국의 디지털 정밀지도와 함께 5G 통신망만 갖춰진다면 자율주행차는 전국 어디에 갖다놔도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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