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전략…수년 내 국산 글로벌 신약 연이어 나올 것”

“35년 동안 쌓아온 혁신 신약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올림픽 금메달 수가 많은 미국 등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몇 개 특정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최고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의 신약개발 수준이 글로벌 기준에 비해 뒤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여재천 한국신약연구개발조합 전무이사(사진)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사가 1890년대에 나오긴 했지만 한국이 본격적인 신약개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86년 물질특허제도 도입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신약개발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제약바이오기업을 주축으로 설립된 신약 연구개발 민간컨트롤타워 공공기관이 ‘한국신약연구개발조합’이다. 이 기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재정부 등 신약개발과 관련된 10여개 부처에서 예산 및 규제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회원사는 제약바이오기업뿐만 아니라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총 360여개로 구성되어 있다. 설립 초기인 1989년부터 조합에서 한국 신약개발 과정을 이끌어 온 여 전무이사에게 한국의 신약개발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여 전무는 “한국이 개발한 신약개발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신약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 신약개발 역사가 절반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엄청난 진보”라며 “지금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과 벤처들의 신약 임상 진입 파이프라인 숫자는 수 백개가 넘고, 글로벌 기술이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특히 여 전무는 한국에서 개발된 신약 중 일부가 더 이상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것에 대해 이는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여 전무는 “이들 나라에서도 신약을 개발한 이후 허가기간 만료와 경쟁약물 등장, 부작용 발견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시장변화는 많다”며 “그동안 몇 십 개 신약이 허가 받았는데 지금은 시장에서 퇴출되었다라고 하는 단순 비교는 신약개발의 속성을 모르는 비전문적인 견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은 최근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로 ‘계열 최초(first in class)’ 신약을 배출했고 기존에 나온 신약 중에서도 카나브, 케이캡, 피라맥스, 제미글로 등이 ‘계열 최고(best in class)’ 신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한국이 신약개발에 있어 취해야 할 전략으로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했다. 여 전무는 “우리나라 혁신 신약개발의 투자 규모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도 낮다. 국내 인수합병 등 시장재편 속도도 매우 느리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시장 점유율이 높은 혁신신약과, 비록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바이오신약을 중심으로 한 희귀병신약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약개발을 위한 지원이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여 전무는 “연구개발 자금지원의 한시적인 틀을 정해놓고 지원하는 전형적인 정부 주도 시스템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산업별 프레임워크 작업을 통해서 전체 예산을 배정하고 세부적으로 신약개발에 할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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