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무실 청소할걸”…거세지는 공공의대 입학전형 공정성 ‘논란’

지난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에서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전국 의사 2차 총파업에 나선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현재 설립 추진 중인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입학과 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황급히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에서 정해질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지난 2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공의대 선발)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하여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8년 복지부가 발표한 ‘공공의료발전 종합대책’에 담긴 ‘공공의대 학생 선발 시 시·도지사 추천에 의해 해당 지역 출신자를 선발한다’는 조항과 관련, 공정성 논란이 일자 복지부가 ‘팩트 체크’ 형식으로 내놓은 설명이었지만 이마저도 ‘시민단체 자녀여야 의대를 갈 수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어느 집 자식들 추천해 주려고 저러는 건가’, ‘현대판 음서제’ 등 공공의대 학생 선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맘카페의 관련 게시글에는 ‘애 학원 보내고 돈 쓸 필요가 없었다. 시민단체 사무실 청소라도 할걸’, ‘시민단체가 뭘 안다고 추천을 하나, 조민(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을 대놓고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복지부는 시민단체 추천은 ‘예시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난 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공공의대 관련)법률도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출된 법률에 따르면 시도별 일정 비율을 선발한다는 내용만 명시가 돼 있고, 이러한 부분들을 어떻게 선발할지에 대해서는 법률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또 거기에 따른 여러 후속 과정에서 논의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도별로 일정한 비율을 할당해 추천하게 된다면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추천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라며 “해당 추천위원들의 구성도 공정성에 입각해 이뤄지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예시로 제시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해명에도 ‘시도 추천위에 시도지사의 입김이 전혀 안 들어갈 수 있나’, ‘결국 유명무실해진 의전원 부활이 아니냐’ 등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3학년 A(23)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법률적 단계가 남았다는 복지부의 해명을 봤지만, 오히려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하려는 이유가 뭔지 반문하고 싶다”며 “기존 의전원도 취지는 좋았지만, 시행 후 기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취소가 됐다. 이번 공공의대 선발 과정에서도 벌써 잡음이 많은 것으로 봐서 실제 잘 진행될지는 많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특정 시도지사나 시민단체의 입김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선발이 됐을 때, 의사 면허를 통해 누군가 재판을 받을 때 의학적으로 재판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란 소견서를 쓴다던지 등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학생 선발 시)의학과 다른 분야 단체 간 거리는 멀어지면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도 “추천한 사람을 무조건 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학을 갓 졸업한 23~24세 청년들이 의학을 배우고 자신의 인생 설계를 함에 있어 공공에 대한 부분이 들어가야지, 처음부터 공공의료를 하라고 하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어떡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의전원 제도도 전국 40개 의대와 학부모, 학생에게 혼란만 주다 다시 돌아왔다. 의료진의 지금 상황은 그 난리를 겪고 얻은 결과 발생한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시 복기하자는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까지 분노하는 이유는 이 같은 의료 정책 수립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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