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의료계 “물러서지 않을 것”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본관 앞에 환자용 휠체어가 놓여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정부가 무기한 집단휴진(파업)에 나선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더 이상의 진료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뜻에서 내려진 조치다. 하지만 의료계는 물러서지 않을 뜻을 내비치며 예정된 사흘간의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 “전공의·전임의, 업무 복귀해달라…불이행시 법적 조치”=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전 8시를 기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의료계 집단 휴진을 둘러싸고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화에 나선 데 이어 복지부 장관과 의협 회장 간 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마련했다.

박 장관은 “마지막 순간 의사협회와 합의를 이뤄 쟁점 정책 추진과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동의한 적도 있었으나, 전공의협의회의 투쟁 결정에 따라 입장을 번복한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95곳에 소속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전임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폐업해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의료인 및 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이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의료인 결격 사유로 인정돼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박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개시명령 등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진료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날 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 조사를 통해 근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수도권 수련병원의 수술·분만·투석실을 시작으로 수도권의 응급·중환자실, 비수도권의 수술·분만·투석실 등 필수 진료 부문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개별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발령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집단 휴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집단 휴진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역시 참여율이 10%를 넘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각 지자체에서 판단하면 해당 보건소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집단행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향후 의료기관 휴진율을 분석해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대상 의료기관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대비한 비상진료 체계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고 대체 순번을 지정하는 방안 등을 각 의료기관에 요청했으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의료계, “예상했던 일이지만 물러서지 않을 것”=한편 이런 정부의 강경대응에도 의료계는 현재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치열한 실무협상의 과정에 성실하게 임해 주신 보건복지부의 진정성을 알고 있다”며 “다만 4개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진정성을 보여주셨다면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전공의들도 오랜 시간 고민을 거쳐 내린 결정인 만큼 정부의 대응에 대해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늘부터는 선배 의사들인 개원의들도 적극 동참해 의료계의 목소리가 전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의 목적은 파업이 아니다”며 “정부와의 채널은 계속 열어두고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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