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총회서 ‘회삿돈 해먹었다’ 판결문 유포…대법원 “명예훼손 아냐”

대법원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택시협동조합의 조합원이 임시총회 과정에서 관계자의 횡령 혐의 판결문을 유포한 것은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송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송씨가 한 표현은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한다. 조합 관계자의 횡령 사실을 알리며 ‘다 해먹었다’ 와 같은 속된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조합원 1인당 2000만원을 출자한 협동조합에서 수개월간 거액의 조합 재산이 횡령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조합의 재산관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며, 비록 조합 대표자가 혐의없음 처분을 검찰로부터 받기는 했지만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 아닌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송씨는 2017년 9월 전주시 한 식당에서 열린 택시협동조합 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이거봐라, A씨와 B씨가 회삿돈을 다 해먹었다”며 조합의 발기인이자 금융자문 제공자인 A씨의 횡령사건 판결문 사본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6년 7월부터 그해 11월까지 조합의 자금 11억여원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었다. 조합 대표자 B씨도 횡령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A씨와 함께 수사를 받았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의 판결서에는 범죄사실뿐 아니라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까지 기재돼 있었고, ‘다 해먹었다’는 표현은 피해액이 반환됐다는 판결서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B씨는 관련수사에서 A씨와 함께 업무상횡령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는데도, 송씨는 B씨가 실제로 횡령혐의에 가담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발언을 했다”며 유죄 판결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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