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모펀드 적격투자자 문턱 낮춰…韓과 대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모펀드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s) 요건을 완화했다. 일부 개인이나 기관에게 국한된 시장을 개인에도 추가로 개방한 셈인데,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높이는 국내 당국의 스탠스와는 대조되는 행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현지시간) “SEC가 더 많은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 헤지펀드에 대한 접근권을 부여했다”며 “SEC위원들은 초급 수준의 증권중개 자격증이 있거나, 민간기업에서 ‘지식이 있는 직원’ 등을 적격투자자에 포함하는 안을 3대 2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6월 노동부가 사모펀드를 퇴직연금 펀드의 일종으로 편입시킬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기존에는 순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이거나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이면 거주지와 관계없이 헤지펀드, 사모펀드 투자가 가능했다. 이 기준은 인플레이션에 연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격투자자 수가 계속 증가해왔다. 이번 개정안까지 더해지면서 민간시장을 통해 헤지펀드나 벤처펀드 시장이 또 다른 성장동력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변화는 워싱턴에서 영향력이 높아진 민간 시장 참여자들의 로비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SEC는 지난해 민간시장에서 2조7000억달러가 조달됐다고 추산했다. 이는 공모시장에서 조달된 1조200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사모 시장을 키우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투자허들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사모시장 확대를 위해 여러 정책적 지원을 했으나, 각종 사기 횡령 등이 발생해 투자자 피해가 커진 탓이다. 금융당국은 2015년 시행한 사모펀드 진입규제 완화 등이 사고를 만들었다고 보고 문턱을 다시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SEC의 완화적 규제를 두고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적격투자자의 소득요건 등이 조정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는만큼 날이 갈수록 투자 자격을 갖춘 대상 가구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 적격가구 수는 1983년 131만가구에서 2019년 1600만가구로 증가했다.

이번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캐롤린 크렌쇼 위원과 앨리슨 헤렌 리 위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로 사모펀드는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도 투자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번 개정으로 노인 등 가장 취약한 투자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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