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發 ‘흑인 분노’…표심 어디로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의 과잉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과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시위대 진압에 나서고 있다. [AP]

세 아이가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에 맞은 흑인 남성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 위스콘신주(州)내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시위대에 불만을 품고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17세 백인 청소년까지 나올 정도로 무법천지화했다. 프로농구(NBA)에선 이 주를 연고로 하는 팀이 사회적 불평등에 항의하며 플레이오프를 거부해 파장이 확산했다.

지난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이어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불평등 이슈가 재차 미 전역을 휩쓸 조짐이다.

11월 대선 출정식인 전당대회 와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회를 마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시위가 표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며 다른 메시지를 발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과잉 총격 사건이 도화선이 된 위스콘신 시위 관련, 트위터에 “오늘 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집행관과 주방위군을 위스콘신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이크는 지난 23일 커노샤에서 경찰이 쏜 총에 등을 7차례 맞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비무장 상태로 차에 올라탄 순간, 총을 맞았고 세 아이가 이를 지켜봤다. 사건 장면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은 급속히 퍼졌고, 분노한 시위대는 사흘째 방화 등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위대에 반자동 소총을 전날 발사해 2명을 숨지게 한 카일 리튼하우스(17)가 경찰에 이날 붙잡히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 청소년은 시위 참가자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심야에 외치자 총을 발사하고 도망치던 중 뒤따라오는 시위대에 발포해 2명을 사망케 한 걸로 파악됐다. CBS 등은 이 소년이 평소 경찰을 숭배했다고 전했다. 커노샤에선 일부 주민이 자경단을 조직했고 리튼하우스도 자발적으로 이에 가담한 걸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인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위스콘신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커노샤엔 이미 주 방위군 250명이 투입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과 폭력, 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지사 에버스가 연방 지원을 받아들이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때처럼 ‘법과 질서’의 수호자 이미지를 각인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오리건주 포틀랜드 상황을 ‘폭동’으로 규정, 주방위군 투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바이든 후보는 피해를 입은 흑인에 대한 공감을 우선 표시하고 폭력 자제를 호소했다. 트위터에 이날 올린 영상을 통해서다. 그는 “제이컵의 부모 등 가족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여러분이 이 나라의 흑인 부모 입장이 돼 보라. 이게 우리가 원하는 미국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를 불태우는 건 시위가 아니다. 불필요한 폭력”이라며 “제이컵의 어머니도 동네가 피해를 입은 걸 보고, ‘이건 내 아들과 가족을 생각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폭력을 끝내고 평화롭게 정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기 스포츠인 NBA 선수들은 불평등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플레이오프 참가 거부라는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위스콘신 연고팀 밀워키벅스 소속 선수가 주도했다. 이로 인해 플레이오프 3경기 모두 연기됐다. 선수들은 “살인과 불평등에 지쳤다”며 시위 지지 뜻을 밝혔다. 밀워키벅스 구단 부사장도 “농구보다 더 큰 것들이 있다”며 “이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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