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전유와 재전유…캔버스에 펼쳐진 동시대의 이야기

윤향로, 캔버스들 전시전경. 작품 〈 :)♥아티피컬A1~F3 〉. 암호문을 연상시키는 작품명은 자화상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설치 벽면을 가리키는 도형, 캔버스 규격을 나타내는 호수의 조합이다. 〈:)♥아티피컬A1~F3〉은 ♥로 지칭한 벽면에 걸린 작품들이다.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우리 세대의 이미지는 창조보다는 전유를 더 자유롭게 다룬다. 기존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이것을 다시 또 전유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윤향로(34)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유사 회화'로 칭하고 이렇게 설명한다. 창조냐 전유냐, 오랜 논쟁이 캔버스에 펼쳐진다.

윤향로의 개인전 '캔버스들'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2018년 P21갤러리에서 개인전 이후 2년만이다. 지난 전시에선 한국 드라마, K팝 등 대중문화 이미지를 활용해 작업했다면 이번엔 미술사에서 일획을 그은 여성작가를 선택했다. 미국 2세대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꼽히는 헬렌 프랑켄탈러의 작업 중, 그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전유한 것을 윤작가가 다시 전유했다. 프랑켄탈러의 작업과 그의 작품을 설명하는 글귀, 그 위로 작가가 최근 2년간 개인적으로 겪은 사건들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겹쳐 프린트하고, 덧그렸다. 원본 이미지는 소멸하고 회화를 말하는 텍스트와 여성을 일컫는 대명사들이 부유한다. 이전 작업보다 더욱 추상적으로 변했다.

이번엔 전시장 그 자체도 작품이다. 작가는 학고재 본관 갤러리 전체를 디지털 맵핑하고, 작품을 위치시켰다. 덕분에 특정 위치에 서면, 작품들이 겹쳐 보이며 흰 벽의 빈 공간이 채워진다. 눈 밝은 관객이라면 작가가 구축한 가상세계를 걸어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층의 이미지가 투명하고 얇은 막 처럼 서로를 투과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전시에 참여했고 2018년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에서 회화적 조각을 선보인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아라리오뮤지엄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이어지며,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위해 전시장엔 1회 30명 이하의 인원만 입장 가능하다.

vicky@heraldcorp.com

윤향로 개인전 '캔버스들' 전시전경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윤향로 개인전 '캔버스들' 전시전경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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