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뒤집는 태풍’ 예보 무색했던 ‘바비’…기상청 “예상보다 육지와 간격 벌어져”

지난 26일 오후 9시20분께 태풍 ‘바비’에 의해 전북 남원시 향교동의 한 모텔 간판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 2대가 파손된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제주도와 전남 부근에서 맹위를 떨친 8호 태풍 ‘바비’가 세력을 약화해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주에서 서해안으로 북상할 때 예상 경로보다 한반도와 간격이 벌어지면서 내륙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바비는 제주와 남부지방을 거쳐 북상하면서 비교적 세력이 약화됐다. 이날 오전 5시께 수도권에 근접했을 때 바비의 세기는 전날 ‘매우 강’에서 ‘강’으로, 크기는 ‘중형’에서 ‘소형’으로 완화된 상태였다. 이후 바비는 백령도 동남동쪽 약 40㎞ 해상에서 시속 38㎞로 북북동진하다 오전 5시30분께 황해도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했다. 오전 7시 현재 바비는 평양 남서쪽 약 70㎞ 육상에서 시속 45㎞로 북진하고 있었다. 28일 이전에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 태풍에 의한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간판이 떨어지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각각 2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됐으며, 서울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깔려 부상을 입었다. 지난 26일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은 25.6도로, 태풍이 근접했음에도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는 바비가 그만큼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안은 태풍이었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비가 제주에서 서해안으로 올라올 때 예상 경로보다 육지와 간격이 벌어지면서 내륙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며 “다만 흑산도 지역 순간풍속은 역대 태풍 중 10위권에 해당하는 등 해안·도서 지역 돌풍은 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오후 8시29분께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서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47.4m의 강풍이 불었다. 이는 역대 10위를 기록했던 2005년 제14호 태풍 ‘나비’의 기록인 최대순간풍속 초속 47.3m를 넘는 수치였다.

기상청은 향후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더라도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에 동반된 다량의 수증기가 북서쪽에서 유입되는 건조한 공기와 만나, 28일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올라 무더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대구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고, 서울 전역과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한편 지난 26일까지 강도 ‘매우 강’을 유지했던 바비에 의해 제주와 남부지방에는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의 첫 영향권에 들었던 제주에는 강풍에 따른 크고 작은 사고로 144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제주공항에서 도청 방면으로 가는 제주시 연동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떨어졌고, 제주시 아라2동에서는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쳤다. 제주시 해안동과 서귀포시 대정읍 등의 887가구는 정전 피해를 입었다.

지난 26일 기준 전남소방본부에는 101건, 광주소방안전본부에는 3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전남 지녁의 경우 영암군 삼호읍의 한 주유소에서 대형 간판이 떨어졌고, 해남군 해남읍 아파트에서 강풍에 출입문이 떨어지기도 했다. 쓰러진 가로수 등이 전선을 건드리면서 전남 신안군의 127가구와 광주 북구 문흥동 일대의 2100여 가구는 정전 사태를 맞았다.

향후 기상청은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삭은 이번 주말께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생해 일본 해상을 통과하고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또 다른 태풍의 발생 가능성은 크지만 진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태풍의 강도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진로가 확정돼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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