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판결엔 ‘항소’·영업비밀 침해 합의는 ‘교착’…LG-SK ‘배터리전쟁’ 격화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27일 양사의 특허 관련 국내 첫 법원 판결이 예고된 가운데 두 회사 모두 “패소시 항소한다”는 입장이어서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고 있는 두 회사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 배상금 협상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LG화학이 ‘수조원대’를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으로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관련 첫 국내 판결…양사 모두 “지면 항소”=27일 1심 선고가 예고된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0월 LG화학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LG화학이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다.

양사는 지난 2014년 ‘분리막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이하 KR 310)’ 등을 상대로 10년간 국·내외 쟁송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었다.

SK는 지난해 9월 말 LG화학이 미국 ITC에 영업비밀 침해와 별개로 자사를 상대로 ㅣ현지에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중 대상 특허 1건이 과거 두 회사가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특허가 ‘KR 310’과 내용 면에서 동일하다는 게 근거다. 그러면서 국내 법원에 소취하 청구와 함께 LG화학을 상대로 합의 파기에 따른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도 청구했다.

반면 LG는 ‘특허독립’, ‘속지주의’ 등 원칙을 제시하며 ITC에 제기한 소송과 한국에서의 소송 대상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합의한 특허는 ‘KR 310’에 한정한 것으로, 미 ITC에 제소한 ‘미국특허 7662517’와는 무관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특허로도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만 쟁송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이번 국내 소송은 양사 배터리 소송의 핵심인 ITC ‘영업비밀 침해’와는 관계가 없어 1심 결과가 10월 5일에 내려질 미국 ITC 최종 판결에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1심 결과가 누구 손을 들어주든 양 사 모두 항소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ITC 배상 합의가 안 되면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LG “수조원” vs SK “수천억”…영업비밀 침해 합의금 협상 ‘평행선’=미국 ITC에 제기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두 회사의 합의금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은 수조원대를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최대 수천억원으로 간극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ITC에서 조기 패소 결정이 내려진 SK이노베이션은 10월 5일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에 LG와 합의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ITC 최종 결정이 나오면 LG화학이 지난해 4월 미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재판이 열리고 피해액과 배상금액이 확정되는데 이때 미국 법원은 ITC 결정을 준용하는 게 보통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앞으로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 여부도 불확실해진다.

LG화학 측은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영업비밀을 손쉽게 탈취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LG화학은 “SK측이 진정성 있게 합의에 임하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인 합의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SK는 “이직한 직원이 가져왔다는 기술이 실제 사업에 활용됐는지 불명확하고, LG가 기술 침해와 피해 범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LG가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SK 내부에서는 “LG가 조단위의 배상금을 고집할 경우 합의를 포기하고 미국 ITC 결정과 연방법원의 판결까지 가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트럼트 대통령이 자국내 일자리와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SK가 공탁금을 걸고 수입 금지까지 60일의 유예기간을 벌 수도 있어 사태 해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ITC의 최종 결정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합의금 협상이 9월부터 재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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