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법치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판사에게 재판을 받을까. 판사가 ‘무오류’의 결론을 낼 수 있는 존재라서는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소송 재판을 관련분야 지식이 해박한 의사가 맡지 않는다.

사법작용은 결론만큼이나 절차가 중요하다. 축구경기를 떠올려보자. 심판은 양팀의 전력을 평가해 강한 쪽이 이기도록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약팀이 강팀을 잡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게 심판의 임무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법원의 결정 때문에 여권의 비판이 거세다. 법원이 내린 결론이 금과옥조는 아니기에, 비판할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방역 수칙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게 아니라 집회 개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서울시의 처분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입장에서 결론을 낸 것이었지만, 관점에 따라 코로나 확산 계기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특정 여건 하에서 원천적으로 집회를 금지하고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발의하면서 재판장의 이름을 집어 법안 명칭으로 호명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욕설이나 다름없는 ‘판새’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우원식 의원은 “도대체 법원은 국민의 머리 위에 있는가”라며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재판장을 해임 또는 탄핵하라는 국민청원도 나왔다. 이쯤 되면 정상적인 비판인가 의문을 갖게 된다.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규제는 헌법이 정한 원칙과 예외를 뒤집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사후적으로 전지적 시점에서 특정 판사를 맹비난하는 것 역시 권력분립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우리보다 사법제도가 오히려 후진적이라는 일본의 사례와 비교해 보자. 올해 초 일본에서는 기업범죄로 체포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그 틈을 타 해외로 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국의 대표기업 닛산이 프랑스 자본에 휘둘렸던 배경 때문에 카를로스 곤에 대한 여론은 매우 나빴다. 하지만 이 보석결정을 한 판사에게 책임을 묻겠다거나, 보석요건을 더 엄격하게 제한하자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이니치신문은 피의자를 장기구금하는 수사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사설을 냈고, 아사히 신문 역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혐의 인정을 강요하는 ‘인질사법’을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을 향해 ‘선출되지 않았다’고 깎아내리지도 않았다. 헌법상 판사를 선출하지 않도록 정한 것은 여론으로부터 독립하라는 의미이지, 의회를 사법부보다 우위에 놓으려는 것이 아니다.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이 국민을 향해 ‘우리가 시키는대로 따르라’고 엄포를 놓는 게 아니다. 반대로 국민이 국가를 향해 ‘내 기본권을 제한하고 싶다면 헌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원리가 법치주의다. 판사에게 전지적 존재가 되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 ‘집회를 금지한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

법치에는 국가가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입법과 행정, 사법으로 행사 주체를 쪼개놓은 권력분립의 원칙도 포함된다. 사후적으로 부당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그때마다 정치권이 담당 판사에게 책임을 지우겠다고 따진다면 권력분립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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