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 식당 대신 도시락”…코로나 비명에 직장인들 점심도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늘면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 도시락 판매점 앞에서 시민들이 도시락 구입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카페는 물론 음식점 등 일상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도 바뀌고 있다.

오피스가 인근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사람들로 붐비다보니 도시락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게다가, 사내식당도 코로나 여파로 최근 운영을 중단한 곳들이 늘면서,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특히 일부 금융권에선 혹여 코로나 확산으로 지점 등이 폐쇄되는 것을 우려해 점포별 차원에서 도시락 식사를 권장하는 곳도 늘고 있다고 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가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된 이달 16일부터 25일까지 도시락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월 동기(7월 16일~25일) 대비 10.2% 증가했다. 도시락 외에도 주먹밥(9.6%), 김밥(8.8%), 샌드위치(7.1%) 등의 매출이 일제히 늘었다.

정승욱 BGF리테일 MD기획팀장은 “한달 새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최근 열흘간 편의점 도시락 수요가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며 “특히 오피스가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식당을 피해 사무실에서 도시락 등으로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는 모습 [제공=BGF리테일]

GS25의 이달 15~25일 도시락 매출도 전월 동기 대비 13.9% 늘었다. 오피스 입지를 중심으로 도시락 소비가 늘면서, 해당 상권 내 점포들이 도시락 발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GS25 관계자는 전했다.

사무실에서 먹기 좋은 샌드위치나 샐러드 전문점 인기도 높아졌다. 특히 오피스가 주변 베이커리 매장은 점심시간이면 마스크를 쓴채 식사거리를 포장해가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파리바게뜨의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샌드위치 매출은 직전주(8월 10일~16일)에 비해 15%, 샐러드는 20%가 늘었다.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도 코로나 재확산이 본격화한 이후(8월15일~25일) 매출이 5%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오후 방문한 여의도의 한 써브웨이 매장은 테이블 대부분이 비어있고, 포장해가는 손님 발길만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김선영(32)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에 모르는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회사에서 끼니를 해결하게 된다”며 “최근 도시락이나 샌드위치가 식단 조절, 건강 유지 등에 도움이 되게끔 잘 나와 예전보다 더 찾게 된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신모(56) 씨는 “마포구 일대에 회사가 많다보니 점심시간만 되면 사람이 쏟아진다”며 “오래 기다려야 하고 바글바글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사무실 직원들 대부분이 간단하게 도시락, 빵을 싸오거나 인근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와서 먹는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회식은 물론이고, 식사 제안도 더욱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다. 직장인 이윤희(36)씨는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다같이 식사해야 된다는 문화 자체가 사라진 듯 하다”며 “요즘 같은 시기엔 윗사람이 밥 먹자고 하거나 후배에게 같이 밥 먹자고 하는 것도 무례한 제안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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