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강행” “불공정”…‘사직서 작성 돌입’ 전공의들 “사명감 역이용한 곳은 정부”

‘2차 전국의사총파업’ 첫날인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같은 날 오전 8시를 기해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며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입학 전형과 관련한 청년 의사들의 ‘공정성’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지고 있다.

27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정오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중 3549곳이 휴진을 하여 10.8%의 휴진률이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 21일부터 진행된 전공의 파업 참여율은 지난 24일 기준 69.4%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과 관련, 각 협회원(의사)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진료 여부에 의협이 부당하게 간섭했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6일 오전 복지부가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이러한 집단 행동의 주축이 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 기조 외에도 공공의대 입학과 관련한 ‘불공정성’에 대한 분노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소속 2년차 전공의(레지던트) A씨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의료의 불균형을 해소시키지 못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공공의대의 시민단체 추천제 등 불공정한 제도는 그 의미를 더욱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우선 선발은 해당 취지에 더욱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추천으로 선발, 선발 후 서울에서 수련, 장학금 반납시 10년을 지역에 국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라도 덧붙였다.

A씨는 “전공의로서 힘든 과정을 견뎌 내는 이유는 사명감과 한 병원에서 내 전공의 환자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믿음이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만연했을 때 우리는 노력했고 사명감으로 이겨 냈지만 정부는 이 사명감을 역이용하고 옳지 못한 정책으로 사명감을 꺾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옳지 못한 정책을 위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강경하게 정책을 진행하고 있고, 이에 현재 사직서를 작성한 상황”이라며 “저희 과(科)는 모두 사직서 작성을 마쳤고, 병원 동료들과 다른 병원 역시 개인의 의지를 존중하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생각은 선배 의사, 의대생 등 의료계의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했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은 “그동안 쭉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들어오는 과정을 살펴보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 요구됐다”며 “이번에 또 다른 편법적인 루트를 열어 주는 것 같은 추천에 의한 방식 등이 분노를 샀을 것이고,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에 들어오면 성적이 한 과목이라도 안 나오면 일년을 몰수해 유급을 시키는데, 이는 제대로 마치지 못한 한 과목이 어느 순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생명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유급 제도와 공정한 성적으로 대변되는 현 과정에서 추천제 등 방식이 ‘정책을 세우는 데 어떻게 이렇게 세울 수가 있나’라는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분노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의사는 공공재”라고 생각하는 현 정부 인식에 대한 불만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10일 열린 한 의학전문지 간담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리에서 한 복지부 관계자가 “의사는 그 어떤 직종보다 공공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후 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 소재 한 의대생 B씨는 “현재 제 학비는 부모님이 내고 계시고, 또 집안 사정에 따라 학자금 대출을 하는 친구도 있다. 한 의대생이 어떤 의료 행위를 하기까지 국가가 크게 지원을 하거나 국가적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며 “그런 체제 속에서 의사를 단순히 공공재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도 “정부가 의사를 공공재라고 표현해 의사들이 화가 난 부분들이 사실이다. 정부는 의사를 만드는 데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 “만들어진 의사에 대해 공공재 성격을 갖고 통제를 가하고 제재를 가하려고만 했지,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아 “어떻게 보면 지금 이들 상황은 복지부의 정책 수립 과정 중 나온 병(病)을 고치는 과정”이라며 “의사들은 항상 병에 대한 원인을 찾고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습관이 돼 있어, 의사들의 눈으로 집중적으로 보니 젊은 의사들도 ‘이건 이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의료계 문제가 계속되는 게 아니냐’며 병을 고친다는 차원에서 나선 것 같다”고 강조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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