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인플레 용인] 미국 했으니 우리도…한은, 물가집착 줄일듯

한국은행 건물내 위치한 물가안정 석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행법 1조 1항)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평균물가안정 목표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사실상 물가로부터의 ‘자유선언’을 했다. 물가가 과도한 변동을 보일 경우 대응에 나서겠지만, 당분간은 개의치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도 연준과 비슷한 고민을 해왔다. 한은법 개정으로 지난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저물가 추세가 고착화됨에 따라 한은 제1의 맨데이트(사명)인 ‘물가 안정’이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따른 온라인 거래 활성화, 무상교육 등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에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국제유가 하락 및 소비 요인 감소 등이 더해져 물가 하방 요인이 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2016년부터는 2%를 타깃으로 물가를 관리하고 있는데, 지난 4년간 연 상승률이 2%를 상회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이 기간 중 평균 상승률은 1.2%로 올해(한은 전망치 기준)까지 더하면 1.0%로 레벨이 더 낮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젠 중앙은행이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의 역할을 내려놓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하락) 대응의 기수로 나서야 한단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은도 조만간 연준처럼 물가안정목표제에 변화를 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이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리뷰하는 과정을 쭉 밟아와서 어떤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 나름 많은 정보를 받아서 분석하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연준의 내용을 보면 저희들이 앞으로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할지, 또 물가안정목표제를 어떻게 운용할지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도 “현재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인플레 억제에 초점을 맞춘 운용방식으로 지금처럼 디플레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이 목표제가 과연 현실에 적합한 것이냐,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봐꿔야 하냐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한은도 연준처럼 물가안정목표제를 보다 유연하게 수정한다면 기준금리 등 여타 통화정책을 앞으로 더 완화적으로 운용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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