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앓는데 ‘규제폭탄’…역주행만 하는 기업정책

“기업들은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규제 폭탄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거대 여당이 장악한 국회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일 것을 알다 보니 이제는 모두가 자포자기한 심정입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투자 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으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반응은 느긋하다. 말로는 ‘방역과 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적어도 경제에 기업이 발 붙일 곳은 없다.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로 대표되는 ‘한국판뉴딜’을 공언하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외치는 정부는 국회 개원 불과 석달 만에 공정경제 3법을 완성시켜 최근 국회로 보냈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은 20대 국회 4년동안에도 쟁점이 치열해 개정하지 못했던 법안들이다. 입법예고 과정에서 재계는 법안이 결과적으로 기업 자율성을 저해하고 경영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의 규제를 풀여주려는 주요 선진국들의 움직임과도 배치된다. ▶관련기사 3면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일 무리수를 둔다. 합리적 근거 대신 이념이 앞서고, 제재할 기업을 ‘찍어 놓고’ 조사를 벌인다는 하소연이 기업들에서 쏟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무려 5년 동안 조사하던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결국 무혐의 처리하며 뭇매를 맞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속앓이만 하는 실정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으로 대표되는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강력히 자제해야 한다”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공정위 자체를 불공정위원회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안일한 상황 인식 속에 여당은 이제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맡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흔들기에도 나섰다.

여당의 보험업법 개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기소 리스크와 더해져 삼성그룹에 초유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꺾이고,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본격화하는 부정적 경영 환경이 짙어지는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업과 노조의 관계 또한 정부의 암묵적 지원 속에 노조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정부가 직접 나서 법을 고쳐 허용하자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더욱 강경해진 노조로 인해 노사 관계가 파탄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상식적인 상황 인식이 근본적으로 편향된 기업관과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반드시 현 임기 내에 현 정부의 철학이 반영된 입법을 완성시키겠다는 ‘선구자 정신’이 경직된 규제 환경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이로 인해 성장의 핵심 축인 기업의 투자가 저조해지고, 불가피하게 정부 재정으로 성장을 억지로 뒷받침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정부의 일련의 기업 규제 입법 활동 등은 결국 대주주를 견제한다 목적이지만, 결국 기업에 경영권 위협만 증대시킬 위험이 분명하다”라며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지만 끝내 수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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