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날아야 더 구석구석 보죠”…이 원장의 모토는 ‘현장 체험’

이계문 원장이 올해 3월 서울 관악구 인헌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제공]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하죠. 낮게 나는 새는 구석구석 보죠”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의 모토는 ‘현장’이다. 그래서 어느 시인의 산문집에서 본 ‘가장 낮게 나는 새가 가장 자세히 본다’는 글귀를 자주 인용한다. 낮게 날아야 삶의 현장 구석구석을 자세히 볼 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뿐 아니라 27년간의 경제관료 생활 때도 그랬다.

“원없이 했어요. 현장 많이 다니고 공무원답지 않다는 소릴 많이 들었죠.”

이 원장은 기획재정부에서 국방예산과장으로 근무(2009~2011년) 하던 시절을 각별히 기억한다. 일선 군부대를 찾아 간담회를 열어 병사들과 얘기를 나누나 두 가지 문제를 발견한다. 젖은 전투화를 말리기가 어렵다는 것과, 식판 세척이 어렵다는 문제였다.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병영 현대화로 생활관에 스팀형 난방기가 설치됐다. 쾌적해졌지만 병사들이 전투화를 말리기는 오히려 까다로워졌다. 젖은 전투화를 신는 건 병사들에겐 고역이었다. 육군 부대에선 병사들이 직접 자기 식판을 닦아야 하는데, 야전에선 더운물을 구하기도 어려우니 제대로 세척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신발건조기와 식기세척기 도입을 예산에 반영했다.

“국방예산은 전통적으로 직업군인 위주로 편성됐죠.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면 병사들의 애로사항을 몰랐겠죠. 지금 생각해도 의미있는 일이었어요”

국방예산 소관부서 업무가 그에게 각별했던 이유가 있다. 그는 학군사관 후보생(ROTC) 출신으로 철원에서 전차장교로 근무했다. 전차 3대로 편성된 소대장을 맡으면서 하사관, 병사 9명 챙겼다. 생일자가 있으면 직접 케이크도 마련했다.

“그때만 해도 ‘태어나서 처음 생일 케이크 받았다’고 말하던 친구들이 있더라구요”

국방예산과장으로 부임한 뒤 군에서 생일을 맞은 사병들은 어떻게 챙겨주는지 조사했다. 소대장, 중대장이 사비로 케이크를 사다가 축하 자리를 마련한다는 걸 알았다. 마침 쌀 소비가 줄어서 문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쌀 케이크를 1년에 한 번 모든 병사들에게 지급하는 예산으로 47억2000여만원이 편성됐다.

재정경제부 서비스경제과장을 지내던 때는 콘텐츠 산업 육성이 정부 문화정책의 화두던 시절이다. 콘텐츠 제작 회사를 두루 다녔다. 토종 캐릭터 ‘뽀로로’를 제작한 회사도 있었다. 지금이야 ‘뽀통령’ 대접받으며 대성공을 거뒀지만 당시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다.

“대표를 만나 ‘뭘 해줄까’ 물었더니 연구개발(R&D)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수요창출을 위해선 문화접대비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들었죠”

당시엔 기업이 공연, 영화, 운동경기 관람 비용으로 쓰는 접대비가 손비로 인정되지 않았다. 기업의 대규모 수요가 창출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의 10년 넘은 숙원이었다. 부처 내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마침내 관철 시켰다.

이 원장은 서금원장과 신복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국 50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가운데 34곳을 찾았다. 센터를 둘러보고, 직원들과 간담회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내담자들과 상담까지 한다. 생생한 고객들의 요구, 일선 직원들이 업무에서 겪는 어려움과 비효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과 올 1월 연이어 신복위와 서금원 어플리케이션(앱)이 출시됐고, 콜센터 상담방식도 ARS에서 상담사 직접 연결로 바뀌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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