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묘수’ 김은경, 첫 100% 반환 성과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사상 초유의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수용하면서 김은경(사진)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 원금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키로 의결했다.

이미 보상 절차를 마친 신영증권을 포함해 5곳의 금융사들이 투자 고객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금액은 모두 1611억원이다. 다만 라임펀드의 피해총액은 1조원이 넘는데 이번 결정은 무역금융펀드 일부에만 해당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배상이나 보상이 아닌 ‘반환’이란 점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근거법은 민법(109조)인데 이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의 경우 계약금을 모두 돌려주도록 명시(반환)하고 있다.

법률상 배상은 배상 주체가 법률을 어겼을 때, 보상은 법률을 어기지 않았을 때다. 이번 사안의 경우 위법 행위 여부는 추후 금융사 간 소송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전례와 관례를 중시하는 관료문화가 강한 금감원에서 ‘민법 적용’은 이례적이었다는 것이 금감원 실무진들의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학자인 김 처장이 민법을 사용해서 처리를 해보자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계약 취소가 되면 자동적으로 투자금 전체를 돌려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주변을 설득했고 결국 이 논리가 먹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금감원이 자본시장법을 적용했다면 가장 높은 보상 비율은 80% 수준이었다. 아예 계약 취소까지를 할 수 있게 한 민법 조항이 투자자 입장에선 유리하다. 김 처장이 ‘민법’ 적용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은행들도 민법 적용으로 구상권 청구를 통해 일정부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투자자들에겐 판매사들이 돈을 돌려주되, 책임 비율과 책임 소재는 프로들인 금융사들끼리 다퉈보라는 것이 금감원 조정안의 핵심이었다.

다만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회사가 공중분해돼 소송 실익이 없다고 보고, 판매사들은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한 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검토중이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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