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윤 마플 대표 “티셔츠 한 장도 내맘대로…‘MZ세대 취향저격’에 고속성장”

소비자가 주문한 의류 제작 과정[마플 코퍼레이션 제공]

작업대에 놓인 티셔츠에 넓적한 판이 와 닿더니 묵직한 무게로 눌러내린 후 올라간다. 도화지처럼 희기만 했던 티셔츠에는 이내 고객이 직접 그린 그림이 찍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티셔츠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단 3초. 그러나 고객이 클릭 세 번 만으로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제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한 마플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기간은 13년에 이른다.

마플 코퍼레이션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주문받아 제작, 판매하는 POD(Print-On-Demand·주문제작인쇄) 업체다. 티셔츠 등 의류부터 휴대폰케이스, 인테리어 소품, 반려견 용품 등 취급하는 상품은 600여 가지에 이른다. 주문제작으로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판촉물 업체와 비슷해보이지만 단 한 개의 상품도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플의 경쟁력이 돋보인다.

박혜윤 마플 대표

박혜윤 마플 대표는 “2007년부터 시작해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3~4번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다”고 전했다.

“취급하는 제품이 늘어나면서 흔히 ‘백엔드’라고 부르는 시스템도 커스터마이즈가 되어야 했어요. 신발을 하려면 3D로 모양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 처럼 제품이 늘어날 때마다 시스템을 보강해야 합니다.”

마플의 온라인 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는 소비자가 클릭 세 번 만에 본인이 소장한 이미지나 문구 등을 원하는 크기로, 지정 위치에 넣은 주문제작 상품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소공방에 제품을 주문할 때처럼 소비자가 이미지 파일을 따로 보내거나, 수시로 공방 측과 메신저로 시안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다. 마플은 주문과 동시에 들어온 파일을 제품에 얹기만 하면 된다. 주문 내용을 그대로 시각화해서 제조에 적용할 수 있는 인쇄파일을 만들고, 오차범위를 최소화 한 것은 그만큼 IT 인프라에 공을 들였기에 가능하다.

박 대표가 기성품을 온라인 쇼핑하는 것처럼 간편한 방식으로 주문제작 상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왜 기성품에는 주인공밖에 없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사람은 다양하니 원하는 것도 다를텐데, 매장에는 다 주인공만 있어요. ‘아웃사이더’들이 원하는 상품을 따로 만드는게 그리 어려울까 싶어서 시작했다가 결국 제조까지 직접 하게 됐어요.”

소비자가 주문한 휴대폰케이스 제작 과정[마플 코퍼레이션 제공]

아웃사이더(비주류)의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것은 일견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MZ세대(10대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세대)의 취향에는 딱 맞는 플랫폼이 됐다. 박 대표는 “Z세대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게 당연하고, 원하는 상품을 주문한다는 것에 익숙하다”고 전했다.

마플의 새 플랫폼인 마플샵도 MZ세대의 취향에 꼭 맞는 플랫폼이다.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유튜버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담은 티셔츠를 판매하거나 직접 개발한 캐릭터를 얹어 휴대폰 케이스를 팔 수도 있다. 판매자들은 디자인만 하고, 마플이 주문 접수, 제조, 배송, 고객관리 등을 담당한다. 박 대표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굿즈(기념상품)’로 직접 보여준다는 점에서, 팬과 소통하는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집체교육이 무산되면서 단체 기념품 시장도 위축됐다. 마플은 1인 맞춤형 상품 제작 플랫폼에 집중해 위기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지난해 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그 두 배 가량인 1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마플에 소량 생산하는 다양한 제조사들을 들여와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확대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량생산 영세한 제조업체들도 많은데, 그 분들은 판매 루트가 없어요. 마플의 시스템을 영세 제조사에 오픈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마플에서 간판, 명함, 현수막 등 다양한 상품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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