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 차단”…금융상품 ‘내부조달 시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주기로하면서 자산운용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불량 금융상품’을 원천차단하고 구상권 청구 실효를 높이기 위해 내부조달 또는 대형운용사 중심의 상품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7일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 4곳은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권고를 수용키로 결정했다. 분조위는 지난 6월 말 라임 무역금융펀드 원금 전액을 물어줄 것을 권고했다. 이번 권고가 적용되는 라임무역금융펀드 판매액은 1611억원이다.

사상 첫 100% 배상을 판매사들이 수용한 결정적 이유는 문제가 이미 발생한 ‘불량상품’을 팔았기 때문이다. 판매사가 문제발생을 인지하고도 고객에 팔았다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서다. 사모펀드 성장으로 끈끈해졌던 소형운용사와의 연결고리는 이번을 계기로 끊길 가능성이 커졌다. 위험관리 역량이 부족해 불량 우려도 크고, 사고 발생으로 구상권 청구를 했을때 이를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판매사들은 라임운용이나 옵티머스운용 사례만 봐도 ‘선 배상 후 구상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회계법인 실사 결과 남은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수탁업무에서 은행들은 신생 운용사나 대체자산 수탁을 거부하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다.

계열운용사나 투자은행(IB) 부문 등 내부조달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 상품검증이 용이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용이하고, 판매수수료 외에 유무형의 수익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주 차원에서 운용-증권-은행 등에 일원화된 상품을 공급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거론된다.

은행 고위관계자는 “비유를 하자면 쌀 씻고, 뜸 들이고, 우리가 지은 밥을 직접 고객들에게 올리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펀드판매 한도를 초과할 경우 해외운용사나 국내 대형운용사로 활로를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사들은 2022년까지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을 25%로 낮춰야한다.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의 갈증을 해외 대형 운용사를 통해 채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자산운용사를 거느린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은 최근 국내외 운용사 추가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서정은·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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