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숨기지 마세요…상담센터 문 두드리면 빛이 보입니다”

“빚 문제가 생겼을 때 창피하게 생각하거나 숨기다 보면 상황이 악화돼 해결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빨리 서민금융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고 제 때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화재가 났을 땐 119, 돈문제가 생겼을 땐 1397이죠”

이계문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원장은 경제양극화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빈부격차는 어떤식으로든 해결을 해야 합니다. 신용등급 8등급 이하가 전 국민의 247만명입니다. 저축은행들조차 대출을 해주지 않는 사람들이죠. 그냥 두면 불법사금융이나 개인회생, 파산 기초수급자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경제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이 위원장이 취임 후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를 잘 몰라서 회생에 실패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최근 화성과 성북구 등에서 일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요. 직원들과 항상 얘기를 하는 것이 결국은 다 빚문제더군요. 빚 전문가인 우리와 만나면 상담을 받고 상당 부분 회복을 할 수 있을텐데 너무 안타깝습이다. 제가 현장에서 만난 분 66명 가운데 ‘어떻게 서금원에 알고왔냐’고 물으면 홍보를 통해서 알고 왔다는 분은 2명 뿐이어요. 대부분 지인 통해서 소개를 받았다고 했죠”

그래서 홍보에 최우선으로 힘을 쏟았다.

“전국에 센터가 50개가 있어요. 지난해엔 46개였는데 올해에는 4개가 추가가 됐습니다. 현재까지 34군데 센터를 방문했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만날 때마다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했죠”

서금원의 주력 사업인 맞춤대출은 올 상반기에만 벌써 4878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지난 한해 동안 이뤄진 대출(6493억원)의 약 75% 가량이 올해 상반기 동안 이뤄진 것이다. 맞춤대출은 20%가 넘는 고리대출 대신 각 국민들에게 맞는 저리(11%안팎)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끔 도와주는 대출 중개 플랫폼이다.

“서금원이 심사까지 모두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20%대의 고금리를 11%대로 낮춰주니까 큰 이득이죠”

서금원에 가면 싼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는 소문이 나자 덩달아 금융교육 실적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서금원에서 금융교육을 받은 사람 수는 모두 12만3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4만3000명) 대비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홍보의 선순환이다.

일이 늘면서 신복위와 서금원 인력은 이 위원장 취임전 보다 100명 이상 씩 늘었다. 공적기관인 만큼 조직과 인력확대는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만, ‘실적(?)’이 좋으니 명분이 충분했다.

두 기관의 일이 늘어난 데에는 이 원장 역할이 컸다. 중앙부처에서 물러나 소위 산하 기관장으로 내려가면 적당히 임기를 마쳐도 별 무리가 없다. 굳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연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원장은 마치 신입사원처럼 일을 한다.

“주변에서 왜 신입사원처럼 일을 하냐고 하죠. 공공기관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안 바뀌니까 무탈하게 가는 것이 목표가 되곤 하죠. 전 그렇게 살지 않았어요”

이 원장이 신바람이 난 또다른 이유는 이른바 정보통신기술(ICT) 때문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국가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장으로서 해당 기관의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가 대학 때 전공이 산업공학입니다. 부임 뒤 처음 직원들에게 얘기했던 것이 디지털화였죠. 다들 ‘무슨 소리를 하시냐’며 눈만 껌뻑거리더군요. 그래서 핀테크 전문가인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에게 부탁해 특강을 했죠. 일상적인 일은 서금원 부원장과 신복위 사무국장에게 모두 전결권을 위임하고, 대신 두 기관의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것은 제가 직접 챙겼죠”

이 원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서금원 어플’이다.

“대한민국의 전체 공공기관 어플이 790개나 됩니다. 코레일 등 몇몇 어플을 제외하면 정말 다운로드 횟수가 미미해요. PC홈페이지를 단순히 앱으로 옮겨놓은 수준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서금원 어플엔 핵심기능만 담았어요. 수많은 에러들은 직원들에게 직접 사용해보고 신고해달라고 했죠. 서금원-신복위 어플이 ‘명품 어플’로 소문이 나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도 벤치마킹 하겠다며 요청이 오기도 했어요”

이 원장 부임 후엔 자동응답(ARS) 방식도 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존 상담직원을 21명에서 63명으로 대폭 늘렸다.

“서금원에 전화를 했는데 처음부터 녹음된 음성이 나가면 대부분 전화를 끊어버려요. 접속률이 매우 낮았죠. 상담사를 대폭 늘렸어요. 기존에는 개인정보동의서를 1분30초동안이나 읽어주더군요. 이것도 없앴어요. 대신 메시지를 보내 동의버튼을 누르게 했더니 상담 시간도 대폭 줄었죠”

신복위 예약적체 해소 사례도 소계했다. 부임 당시 예약적체가 14일이었는데, ‘2주 있다가 오시라’고 하면 모두들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봤더니 신청서를 아직도 손으로 쓰고 있었어요. 그러면 직원이 다시 그걸 받아서 전산 입력을 하더군요. 지난해 11월부터는 신분증만 내면 필요 정보를 다 빨아들일 수 있도록 전산화를 진행했어요. 신청서도 태블릿PC를 보여주면서 진행했죠. 그랬더니 예약적체가 4일로 줄었습니다”

한편 서금원·신복위에는 최근 경사가 있었다. 지난 19일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국제비정부기구인 UN SDGs 협회가 발표한 ‘2020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기업·브랜드 100’ 가운데 중 ‘공공기관 10’에 선정된 것이다. 서금원·신복위와 함께 공공기관10에 이름을 올린 곳은 그린피스, 유엔여성기구 등이 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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