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日 총리 “사임 뜻 굳혀”…후임도 ‘한일 강경파’ 전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본 총리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2006년부터 집권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실상 사임 수순을 밟게 됐다. 한국과의 외교 현안마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마찰을 빚어온 아베 총리가 사임하게 됐지만, 후임 역시 강경파로 알려지며 한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남게 됐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8일 긴급 속보로 아베 총리가 지병 악화 등을 이유로 사임 의향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건강 악화 탓에 코로나19 등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국정 차질을 빚는 사태를 피하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내며 아베 총리는 집권당 총리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돼 최근 병원을 수차례 방문했다. 지난 2007년 9월에도 아베 총리는 같은 질환으로 갑작스레 사임했다가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7년 반 넘게 재임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 24일에는 연속 재임일수 2799일을 달성하며 최장수 총리 기록도 경신했다.

아베 총리는 과거 자신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를 통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등 집권 전ㅇ에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졌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일한 양국은 지금 하루 1만 명 이상이 왕래하는 중요한 관계”라며 “나는 일한 관계에 관해서 낙관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자국 내 지지율 등을 이유로 한일 간 마찰 때마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양국 외교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국과의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주도하는 등 한국과의 외교 관계 악화를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 집권기 동안 한일 관계가 광복 이후 최악이 됐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겠다는 뜻을 굳혔지만, 후임 역시 한국과의 협력 보다는 강경 입장을 내세우는 인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포스트 아베’로 평가받는 고노 다로(河野太) 일본 방위상은 지난해까지 외무상으로 재직하며 한국과의 관계 악화 원인으로 지목됐고, 최근에도 일본 자위대의 공격능력 논란에 “한국에 사전에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역시 아베 총리의 후임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주요 국면마다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한국과의 협력에는 관심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과거 “안중근은 일본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발언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보다도 더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의 사임 후에도 한일 관계에 반전은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모두 강경파인 데다가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 한국과의 마찰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베 총리 이후에도 한일 관계는 답보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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