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파업 ‘장기화’ 조짐…형사고발 강경모드 vs. 의료계 연대 움직임

정영기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시내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계 집단휴진과 관련, 전임의·전공의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행여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전공의·전임의 업무개시 명령서.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이행을 어긴 전공의·전임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강경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의협과 정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공의-전임의 업무개시명령 수도권→전국 확대…위반 10명 고발=전공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10명을 형사고발 조치하는 등 강경책으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개 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 전공의 가운데 휴진자 358명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했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후 휴진에 참여한 약 80명이 현장 복귀했으며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며 “전국 수련병원 30곳을 조사하고 전공·전임의 근무여부 확인할 예정으로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방해하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경찰도 의료계의 파업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경찰청 송민헌 차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열린 ‘의사단체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등이 집단행위 주도 등 중대한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수사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의 업무복귀 요원…장기화 불씨 커졌다=이날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집단휴진 마지막날이다. 하지만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오히려 전공의들의 업무복귀는 사실상 요원해지면서 의료계의 파업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맞서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개시한 상태이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병원별로 단체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 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대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6일부터 의협 주도의 ‘2차 총파업’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번 집단휴진은 지난 14일 하루 벌였던 제1차 집단휴진보다 동네의원의 참여율이 낮아 우려할 만한 진료 대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진율은 8.9%로, 파업 첫날인 26일 정오 기준 10.8%와 비교해 소폭 줄었다. 지난 14일 휴진율은 32.6%였다.

의협은 휴진율이 저조하자 회원들에게 “관심과 동참, 연대를 호소한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전공의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지난 14일 집회의 참석률과 휴진율을 전해 듣고 너무 비참하고 처참하다”며 “선배님들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의사가 노예처럼 부려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550여명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코로나19 종식 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면 교수들이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은 “제자 보호가 병원 진료보다 훨씬 중요하다”라고 주장하며 학생과 전공의를 옹호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내과는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신규 입원과 각종 검사 업무 실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까지와 전날 긴급교수회의를 열어 진료중단 등에 대한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 곳곳 인력난 현실화…의료공백도 현실화=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와 파업에 전임의까지 가세하면서 인력난이 현실화되면서 사고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부산에서는 약물을 마신 뒤 전문의를 찾지 못해 응급조치가 3시간 가량 지연되어 중태에 빠졌던 40대 남성이 결국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2차 집단휴진이 이틀째 이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의료계 내부도 여러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 속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코로나 최전선에서 의사들의 업무 공백까지 메워온 간호사들이 ‘번아웃’(탈진)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집단휴진에 나선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행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간호협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전국 44만 간호사는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맞이해 끝까지 국민과 환자 곁에서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입장문을 내고 “의사인력 확충은 국민의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문제”라며 “정부는 의사단체가 아닌 다양한 직종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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