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공포의 언어’-의료·종교계 ‘불신의 말’…국민들은 불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 유오상 이원율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등 정부와 여당이 연일 ‘공포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발한 의료·종교계는 ‘불신의 말’로 맞선다. 감염병과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힘든 국민들의 불안과 피로감은 가중된다.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이 대화와 타협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면서 사회 갈등은 증폭되고 재난 피해는 악화된다.

먼저 전례없이 세진 것은 대통령의 말이다. 문 대통령은 강경한 발언으로 집단휴진을 선언한 의료계와, 방역에 비협조적인 종교계를 몰아붙였다. 방역과 경제 선방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히지만, 비상 상황일수록 대통령의 말이 더욱 진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철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의 입은 천금“이라며 ”잘못된 상황에서도 사과 표현을 절제해야하고, 분노한 상황에서도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자칫하면 과도한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다만 “지금 코로나19 상황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간담회에서도 ‘몰상식’ ‘적반하장’ ‘음모론’ 같은 격한 단어를 입에 올리며 비대면 예배에 협조하지 않는 일부 교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개신교계를 대표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회 공동대표 회장은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정부가 교회나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통령 면전에서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대해서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의협은 “악법”이라며 불복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당에선 한 술 더 뜬 목소리가 나왔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역은 팽개치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의사 바이러스”라고 비난하며 “극우 종교 바이러스와 수구 정치 바이러스 등 국내의 악성 바이러스 3종 세트”라고 했다. 정부·여당의 강경책과 함께 가는 이같은 극단적 발언은 정책 주체에는 차후·차선의 카드를 잃게 하고, 반대자에게는 퇴로를 막는다. 대화와 협상의 여지가 줄고 두 주체는 파국을 향한 ‘치킨 게임’으로 향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온다.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언사는 방역·의료대책 뿐만이 아니다. 검찰·사법개혁을 두고 추미애 법무 장관과 여당 의원들도 거친 발언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야당을 비난했다. 국회에 출석한 추 장관이 자신의 아들 의혹을 꺼낸 야당 의원에게 “소설을 쓰시네”라고 했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의 언행을 두고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고 했다. 집권·통치 세력의 언어에 공포와 혐오, 조롱이 일상화된 양상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지지율 견인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수사에 너무 경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싸워야 할 대상은 일부 정책 반대자와 야당이 아니라 감염병과 경제난이라는 지적을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상황이 엄중한만큼 정부 여당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지만 유연하고 균형잡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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