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도 지속되는 압박…기업 ‘사면초가’ 위기 허덕

강화된 규제 입법과 강성노조, 정부의 전방위 조사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재계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내외 악재와 겹치며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호소가 기업 전반에서 제기된다. 정부가 지나치게 경직된 이념에 매몰된 채 초유의 위기 상황의 기업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규제 입법…기업에 천문학적인 청구서= 공정경제 3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로 넘어가자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재계는 거대 여당 구조상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공정거래법과 상법으로 대표되는 공정경제 3법은 기업 운영에 치명타다. 감사를 겸하는 이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의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해외 투기자금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2004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과 SK 경영권 분쟁에서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은 이를 노리고 펀드를 5개로 쪼개 각 2.99%씩 보유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는 기업에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을 안긴다.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가정 시 지분 확보에 약 30조1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당장의 비용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건강보험료율 인상의 청구서도 기업들에 날아들었다.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2.8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경총과 중기중앙회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부담 능력이 한계 상황에 처해 거듭 동결을 호소해 왔는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여당이 내놓은 보험업법 개정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뇌관이다. 현행법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발행 채권과 주식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3%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바꾸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9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전자 주식 8.51%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약 23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화재 역시 약 3조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삼성생명과 화재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만 약 5조원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또한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정부 묵인 속 강해지는 노조=코로나19의 사상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일부 노조는 파업에 나서는 등 이기주의적인 행동으로 기업경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사실상 이를 방조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의 증산요구에 노조가 ‘교섭거부’ 의사를 표한 데 이어, 파업 찬반투표에도 나선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에 가입하는 절차에 나서는 등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는 회사 계좌압류를 하기도 했다. 노총은 더 나아가 기업들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들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급여 지급 의무화 ▷노동이사제 등 근로자 경영참가 보장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 등이 꼽힌다. 김영완 경총 기획홍보실장은 “우리 경제가 크게 움츠러드는 마당에 임금인상 파업과 같은 노사갈등이나 노동권 강화 위주의 정책 추진은 기업의 위기 극복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면서 “노동조합 역시 우리 경제의 주요한 축으로서 기업과 국가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털고 보자’…무소불위의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의 무리한 조사 관행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초유의 위기 상황 속에서 공정위가 연일 기업 제재를 쏟아내자 무리한 행보라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의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미지급 대금 및 지연 이자 등 4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당사자간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대금지급 책임 여부와 관련해 현재 울산지법에서 민사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법원 판단 이전에 공정위의 처분이 이루어진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5년에 걸친 조사 끝에 최근 한화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공정위는 이미 최근 BBQ와 SK케미칼·애경산업, 유한킴벌리 사건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무리한 제재 탓에 소송에서 공정위가 소송에서 패소해 기업 등에 돌려준 환급액만 1조1530억원에 달한다. 이는 소송 제기액 2조9945억원의 약 40%에 달한다.

▶편향된 시각·결핍된 유연성의 산물=재계와 학계에서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도 기업을 역으로 규제하는 흐름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의 기본 철학임을 인정하더라도 유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현실을 부정하고 이념에 치우친 확증편향의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정책의 출발은 기업은 언제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 집단이라는 인식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지나치게 줄어들고 있어 결국 해외에 나가서 기업을 해야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만들어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견제 제도를 쏟아내고 있다”라며 “규제를 강화할수록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방향에 쓸 수밖에 없게 돼 기업의 부담만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정부를 견제할 세력이 부재한 현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환·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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