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 추진해야

며칠 전 여기저기 TV채널을 돌리다가 MBC에서 방영됐 드라마 전원일기가 재방송되는 것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 시청을 했다. 그날 내가 본 방송분의 내용은 농산물의 수입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불만에 관한 것이었다. 김 회장은 농민들을 대변해 수입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김 회장의 장남은 외국산 수입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부자지간에 논쟁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논쟁 중에 김 회장은 수입개방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이득은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고 농민들만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과연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김 회장의 말이 맞는 것일까? 수입개방 당시 소를 키우거나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과 같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수입개방의 과실이 농민들에겐 돌아가지 않았을까? 수출입 규모의 대폭적인 증가 등 우리나라 국가경제 규모가 세계 10대권에 들어가면서 막대한 국가재정이 확보됐고, 이런 재원을 활용해 다양한 농촌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결국 20여년이 넘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김 회장의 말처럼 개방정책으로 농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내가 담당했던 업무 중의 하나인 DMC개발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되게 추진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DMC개발사업은 상암동의 쓰레기매립지 주변의 부지를 개발해 디지털미디어산업단지로 만드는 사업으로 고건 시장 시절에 처음 기획, 이명박·오세훈 시장을 지나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사업이다. 난 이명박 시장 시절 이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시장은 DMC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약간의 시행착오와 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고건 시장 시절에 세웠던 기본원칙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기본원칙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유지는 DMC개발의 성공뿐만 아니라 그 뒤 마곡산업단지 조성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을 했더라면 하는 것이 한강요트사업이다. 한강요트사업은 오세훈 시장 시절 한강에서 수상활동을 촉진하고 여가산업 발전을 위해 한강에 요트계류장을 만들고 시민의 요트이용을 활성화하고자 시작됐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난 당시 이 사업을 촉진하기보다는 관련법규의 준수를 강조하면서 사업의 활로를 찾지 못한 채 후임자에게 업무를 넘겨주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의 증대에 따른 여가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단기적인 안목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4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경우 장기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다음 선거에 당선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래보다는 현재가치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미래는 훨씬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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