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벨라루스 대선은 합법”…‘유럽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 적극 지원 시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헤럴드경제]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로 인한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 대선 결과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채널 ‘로시야 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벨라루스) 선거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이 대선의 합법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26년을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 지난 9일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투표 과정에서의 불법과 개표 조작 때문에 유효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벨라루스 야권 및 서방의 평가와 대비된다.

앞서 벨라루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80.1%의 압도적 득표율로 10.1% 득표에 그친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누르고 승리했다는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푸틴은 벨라루스 정부가 대선에 앞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민주제도인권사무소(ODIHR)를 선거 참관단으로 초청했지만 OSCE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OSCE가) 사전에 미리 벨라루스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데 의문을 가질 만한 모든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루카셴코 대통령 정권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부당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벨라루스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향후 벨라루스 정국 위기에서 러시아가 더 적극적으로 루카셴코 정권을 지원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0일 잠정 개표 결과만 나온 상황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EU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벨라루스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 결과로 이어진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에 반발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편 대선 이후 신변 안전 때문에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있는 야권 후보 티하놉스카야는 전날 유로뉴스(Euronew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벨라루스 정국 위기 해결을 위한 중재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과의) 협상에서 국제 중재자가 필요하게 되면 우리는 당연히 러시아를 이 (협상) 과정의 참여자들 가운데 한 나라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리가 우호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벨라루스 야권이 서방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루카셴코 대통령을 몰아내고 친서방 정권을 세울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러시아를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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