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政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의사파업’ 장기화시 어느 쪽이 불리할까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채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 형국으로 전개되면서 ‘의사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어느 쪽이 더 부담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공의 무기한 집단 휴진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한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전공의들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의료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서 공론화 과정없이 의료개혁이라는 명분아래 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책임론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겨냥한 특정지역 밀어주기라는 미확인 루머가 나오는 등 정치적 뒷배경이 불거지고 야당이 이에 대해 강공할 태세라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3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 국회, 의료계 원로 선배들까지 나서서 설득했지만 젊은 의사들은 마음을 바꾸지 않은 것은 파업을 끝내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공의 10명을 서둘러 경찰에 고발하면서 멀쩡히 근무한 사람은 물론 코로나로 자가격리중인 사람까지 고발하는 등 허점이 드러나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전공의들을 가르치는 의대 교수까지 집단휴진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의정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론전에서 국민들의 전공의에 대한 비판이 다소 우세하지만 정치적 뒷배경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부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바쁜 시기에 굳이 논란이 일 것이 뻔한 사안을 밀어붙인 정부가 원인 제공자일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 정부의 대선 공약과 정치적 뒷배경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정부 운신의 폭이 좁혀지고 있다.

실제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시기가 석연치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23일 당정 발표 직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원 확대에 앞서 토론과 의견 수렴 등 공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책을 강행해 정치적 뒷배경이 있다는 의혹만 커졌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밭인 목포와 남원 등 호남 지역에 의대를 세우기 위해 2022학년도부터 의대생을 뽑도록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정치권도 논란을 부추겼다. 목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원이(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건 공약 중 하나가 목포대 의대 설립이다. 지난달 23일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이 공개된 직후 그는 “전남지역 의대 설립이 확정됐다”며 “목포대 의대 설립이 시작된다”고 했다. 순천, 포항, 창원, 안동시 등도 의대 유치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기승전 목포의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 의원이 목포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 의원이 정치력을 이용해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가 여당 안팎에서 들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남원에 공공의대를 세우고 목포에 의대를 새로 여는 것에 관한 논의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의 진료 현장 복귀 강력 요청하는 한편으로, 이들의 집단휴진을 ‘불의한 행동’, ‘부도덕’,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책임성 없는 행동’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동원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몰아붙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고용과 생계의 위험을 무릅쓰는 근로자의 파업과 달리 집단휴진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고용, 생계, 의사면허 등의 신분 면에서 어떠한 피해도 보지 않는다”며 “아프고 위중한 환자들만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조감이 묻어나는 대응방식으로 읽혀진다.

한편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한동안 이어갈 방침이라 의료공백 역시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 돌입 이후 스케줄 조정 등으로 버텨왔던 서울대병원 내과가 외래진료 축소를 공식화했고 다른 병원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있는 등 주요 대형병원들은 외래진료 업무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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