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vs 기시다 vs 이시바…‘포스트 아베’ 자민당 파벌들 꿈틀

 

지난 2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방법과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차기 대권을 향한 잠룡과 그들을 후원하는 집권 자민당 내 파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31일 NHK,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다음 달 1일 총무회를 열어 차기 총재 선출 방식을 확정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현직 총리의 유고에 따른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시간이 걸리는 전국 당원 투표는 건너뛰고 국회의원 394명과 도도부현(광역단체) 대표 141명 등 535명만의 투표만으로 치르는 약식 선거로 가닥이 잡혔다고 NHK는 보도했다.

정식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이 각각 동수의 394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원 투표는 약 10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그 결과를 394표로 환산한다.

자민당은 다음 달 13~15일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통해 차기 총재를 선출한 뒤, 4일간의 연휴가 시작되는 19일이 되기 전 임시국회를 소집해 새 총리를 지명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당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지게 됐다. 일반 당원 및 지방 지지층이 튼튼한 반면, 자신의 계파 의원이 전체 의원의 5%(19명)도 안되는 데다 아베 총리의 견제가 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번 선거에는 출마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30일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임 총리로 이시바 전 간사장이 34.3%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14.3%),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13.6%),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10.1%),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정조)회장(7.5%) 등의 순이었다.

자민당 내 7개 계파가 어느 후보를 지원하느냐가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동안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며 관망세를 보이던 스가 장관이 입후보 결심을 굳히며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9일 스가 장관은 총재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선거에 출마하겠다.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고, 니카이 간사장은 자신의 계파 표를 몰아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국회대책위원장도 함께 자리했다.

당초 아베 총리가 자신의 후임으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정조회장은 스가 장관에 밀리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자민당 내 다수 계파 수장들을 빠르게 만나며 세를 규합하고 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 파벌 서열 1, 2위인 ‘호소다파(98명)’와 ‘아소파(54명)’의 수장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전 자민당 간사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회동한 것을 비롯해 전직 총리였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 등 자민당 내 주요 인사들과 차례로 만나 협력을 부탁하며 표 다지게 나섰다.

다만, 호소다파 내부에선 독자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31일 열리는 파벌 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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