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체제 ‘보로메오 매듭’을 풀어라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이낙연 대표 체제의 새막을 올렸다. 친문의 힘이 지배한 경선에서 탄생한 이 대표 체제는 내년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이 대표가 7개월이라는 짧은 임기만을 마치고 중도 하차할 가능성도 큰 만큼,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도 격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 대표 체제에서 당정청 관계는 일단 현 기조, 즉 ‘원팀’ 유지에 무게가 쏠릴 전망이다. 경선 과정에서 확인된 소위 ‘친문’ 세력의 당내 위상에 따른 당연한 관측이다.

다만 당 대표의 경우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선거 1년 전 사퇴해야 하는 현 당헌당규는 이 대표에게 조금 더 과감한 행보를 제촉할 수 있다. 특히 조국 사태와 부동산 폭등 과정에서 나타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다시 한 번 나타날 경우 이 대표의 독자 행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집권 초기 대표로 철저한 관리형이었던 이해찬 전 대표의 대(對) 청와대 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국난 극복과 국정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께 드릴 말씀은 늘 드리겠다”고 전과는 달라질 당정청 관계를 예고하기도 했다.

당 내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년 이상 유지해온 ‘어대낙(어차피 다음 대통령은 이낙연)’의 아성을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되찾아야 한다.

실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2차 재난지원금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지급 범위와 시기를 놓고 언론 등을 통해 이 대표와 간접적으로 대립해왔던 이 지사는 “가난한 사람이라고 딱지를 붙여 돈을 주면 낙인 효과로 서러울 것이고 못 받는 사람 역시 화가 나면서 국민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며 선명성을 부각시킨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더 급한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이론상 맞다. 저의 신념”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두 사람의 경쟁이 코로나19 대응, 부동산 및 경제 활성화, 남북관계 등 현안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장수 국무총리이자,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의 이 대표와 현직 도지사이자 정책적 선명성을 강조해온 이 지사의 정치·정책적 성향차에 주목한 것이다.

대야 관계도 변수다. 이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다. 80년대에는 기자와 취재원, 또 17대 국회에서는 원내대표와 부대표로 찰떡궁합의 호흡을 자랑한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 “황교안 대표 또 이해찬 대표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 이유다. 이 대표 역시 당선과 동시에 통합당과 협치를 강조했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는 취임 일성이다.

최고위원에 함께 당선된 염태영 수원시장도 “ 코로나 국난 극복에 있어서도 큰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야당과 협의를 통해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줄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 집권 후반기, 그리고 내년 재보궐 선거와 이후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은 평화로운 여의도를 기대하기에는 녹녹치 않다. 실제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대화를 이유로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를 늦췄다면 시장 불안감이 더 커졌을 것”, “우리는 (공수처법) 찬성을 안 했으니 지키지 않겠다고 하면 입법부가 법치주의를 스스로 허무는 것” 등 현안에 대해 야당과 선명한 각을 세웠다. 최정호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