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시민 멈춤 주간…‘유령도시’ 된 서울서 라이더만 분주

지난 29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재확산 여파로 한산한 서울 광화문 일대에 있던 한 배달 오토바이.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한 배달플랫폼업체 소속 라이더 장모(30)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서울 중구, 마포구, 영등포구를 다니는 장씨는 31일 “평소 주말이라면 명동, 이태원, 홍대 등 번화가 먹자골목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많은데 지난 주말에는 다니기 수월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며 “택시는 죄다 빈차에, 시내버스도 텅텅 비어 정말 유령도시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30일부터 8일간 ‘천만 시민 멈춤 주간’이 시작됐다.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은 같은 날 “시민 여러분, 지금은 고통 분담의 시간”이라며 “당장 오늘(30일)부터 1주일은 일상을 포기한다는 각오로 생활 방역에 철저를 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다음달 6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강화하면서 수도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내에서 취식이 불가능해진 대신 배달과 포장 주문만 허용됐다. 수도권 음식점·제과점도 낮에만 영업이 가능하고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영업이 중단된다. 때문에 사실상 ‘유령도시’가 돼 버린 서울에서 배달원만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건 배달원뿐이었다.

서울시 배달앱 ‘띵동’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예고·시행됐던 지난 29~30일 주문 건수는 이전 주말인 지난 22~23일에 비해 33% 상승했다. 평일을 포함한 배달 건수도 지난 24~30일 전주(지난 18~23일)에 비해 15% 증가했다.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 29~30일 주문 수는 전주(22~23일) 대비 8.8% 증가했다.

장씨는 “배달 물량이 많아 밥 먹을 시간을 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0시간가량 근무하는 장씨의 주말 1일 평균 배달 물량은 35~40건 정도였다. 그러나 일요일인 지난 30일은 1시간 연장 근무 하며 47건의 배달을 소화했다. 그의 일정대로라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지난 30일 배달 물량은 평소에 비해 약 20% 증가한 셈이다.

장씨는 “제가 소속된 플랫폼회사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편이지만 출퇴근 시간과 기사 수가 정해져 있는 다른 배달플랫폼회사의 기사들은 일이 늘어 더욱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 배달 양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카페 방역 수칙이 강화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내에서 머물 수 없고 포장배달만 허용된 탓이다. 장씨는 “비가 와 더운 날씨가 아니었는데도 카페 주문이 많았다”며 “평소 카페 배달 건수가 3~4건인데 지난 29일엔 10건 넘게 갔다. 카페 배달만 치면 100% 이상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장시간 머물면서 음료를 마시고 대화하는 등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카페는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전파의 주요 매개로 지목됐다. 경기 파주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에서 지난 12일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관련 누적 확진자는 67명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문화 변화는 지난 2월부터 감지됐다. 배달 주문 증가와 함께 비대면 결제수령도 늘어났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혼자 살거나 여성인 고객들이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메시지를 남겼다면 최근에는 남녀노소 모두 배달원과 접촉을 꺼린다”며 “저도 집에서 배달을 시킬 때에 두고 가 달라는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난 30일 “지금 우리는 수도권 확산을 잠재울 수 있는 마지막 방어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주말은 보통 평일보다 배달 물량이 많은 편이라 본격적으로 ‘멈춤 주간’이 시작될 일주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배달하는 입장에서도 궁금하다”며 “덜 바쁘더라도 일상으로 어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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