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韓日관계…“개선 모멘텀” vs “큰 변화 없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 신대원 유오상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한일관계가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가 정상이 바뀌면 외교정책 전반을 재점검하면서 주변국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자민당 집권 체제가 공고한 일본의 정치 구도와 한국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총리 교체를 계기로 양국 정부가 파국을 막을수 있는 해법을 찾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즉각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우리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원론적인 메시지지만 “아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오랜 교착관계를 겪던 한일관계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청와대 역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양국 갈등 와중에 대(對) 한국 강경책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위기 때마다 의도적인 ‘한국 때리기’로 지지층을 관리해오면서 일본 내 ‘혐한 분위기’를 조장한 측면이 강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는 “아베 총리는 그간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을 느꼈던 일본 국민에게 강한 정치 리더의 모습을 보이는 성공 사례가 됐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19나 도쿄 올림픽 개최 문제 등이 있는 데다가 한국과 과거사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등 갈등 현안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를 맡기 때문에, 자민당 집권 체제가 공고한 일본의 정치 구도를 고려하면 후임 총리로 거론되는 후보군 중 누가 되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의 사임이 한일관계 악화가 아닌 건강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방역 실패 등으로 분석되면서 새로운 일본 내각이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 사임으로 만들어진 기회를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남창희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경색된 한일관계가 아베 총리의 개인적 성향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아베 총리 때문만은 아니다”며 “지금 일본회의 등 일본 사회 내부에 전반적인 우경화 성향이 있어서, 누가 새로운 총리가 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의 차기 총리 후보 중 일부는 북한, 중국 상대하기 위해 한국과 과거를 정리하자는 소신을 갖고 있다. 크지는 않겠지만 약간이나마 타협공간이 늘어날 수 있어 조금의 희망을 가져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어과)도 “그간 아베 총리가 개인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주도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음 내각이 들어선 후 한국이 기회를 잘 잡는다면 다소 개선될 수 있는 모멘텀을 잡을 수는 있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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