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걸릴 환자 이송 50분 걸려”…응급환자 병원이송시간 6% 증가

병원 응급실 사진(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25일 낮 12시37분. 서울 서초구에서 넘어지면서 귀 뒤쪽이 찢어졌다는 신고가 119응급센터에 들어왔다.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18분 만인 낮 12시55분, 하지만 구조대원들은 환자를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어야 했다. 병원을 찾던 119 구조대는 신고 55분 후인 오후 1시50분에야 환자를 병원에 이송할 수 있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와 의사파업의 영향이 아니었다면 10분 만에 병원에 환자 이송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의료 인력이 몰리고 설상가상으로 의사 파업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응급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의 병원 이송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헤럴드경제가 소방청에 요청해 받은 ‘8월 26일부터 28일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사흘 동안 119구급대원의 출동부터 응급환자 병원 이송까지 소요된 평균 시간은 36.2분(전국 합산 평균)으로 전월인 7월 26~28일, 사흘간 이송 시간 평균 33.8분보다 6.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송 시간이 늘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더 분석을 해야 되지만 1~2%가 아닌 6%가 넘게 늘어난 것으로 볼때, 의사 파업과 코로나 등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2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26일부터 2차 총파업에 들어갔다.

병원 이송 시간이 지체되면서 환자가 사망한 일도 발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1시23분께 부산 북구에서 A씨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이에 앞서 음주 단속에 적발된 A씨는 경찰관과 치안센터로 임의동행하던 도중 볼 일이 있다며 집에 들렀다가 갑자기 약물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119구급대원은 1시간 20여 분간 부산·경남 지역 대학병원 6곳, 2차 의료기관 7곳에 20여 차례 이송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치료 인력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지난 27일 오전 1시께 지역 소방방재본부를 통해 A씨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확인했다. 울산대병원 중환자실에 이송된 A 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27일 오전 결국 숨졌다.

지역 내에 병원을 찾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후송되는 일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8일 경기도 의정부에서는 오전 5시 1분께 30대 남성 B씨가 심정지를 일으켰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9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응급처치를 한뒤 오전 5시 26분께 병원으로 출발했다. 구급대원들은 상황실을 통해 의정부 내 4개의 병원이 환자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통보를 받고, 경기도 양주의 한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기를 결정했다. 병원 도착 시간은 같은 날 오전 5시 43분이었다.

지역 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환자가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에서 관내 병원까지는5.69㎞로 총 15분이 소요된다. 양주 병원까지는 17.31㎞로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하면 17분이 소요된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응급환자일 경우 1~2분이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부터 의료계 집단휴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환자들을 위한 집단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무기한 집단휴진에 따른 환자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마련된 조치 중 하나다. 센터를 통해 진료연기나 수술취소 등으로 인한 피해를 신고할 수 있고, 대체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제공 등 일반적인 의료상담과 피해 발생 시 대응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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