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고 도망가고…‘끊임없는 방역방해’에 잇단 억대 구상권 소송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주소현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방역을 방해하거나 진단검사를 거부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 나섰다. 확진 규모에 따라 구상금은 수억원~수십억원대에 이른다.

1일 방역당국과 복수의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을 상대로 약 55억원 상당의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서며 이들에 대한 진료비 예상 총액이 약 65억원, 그 중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진료비가 약 55억원이다. 이는 지난 1~7월 코로나19 확진 환자 평균 진료비는 약 632만5000원인데 이 중 건보공단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는 금액인 534만원을 확진자 수에 곱한 금액이다.

지자체들의 구상권 청구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달 31일 창원 51번 환자에 대해 형사고발에 이어 구상금 청구 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창원 51번 환자는 두산공작기계 기숙사에 입주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40대 여성으로, 이 확진자와 접촉한 대학생 아들과 신월고 1학년 딸, 편의점에서 접촉한 두산공작기계 직원 등 7명이 줄줄이 확진됐다. 이들과 접촉한 창원시민 2000여 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그 비용이 약 3억원에 달한다. 이 40대 여성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으면서도, 부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도 같은 날 광화문 집회 참가자 중 자진해서 검사를 받고 있지 않다가 확진된 경우 고발과 함께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시는 광화문 집회 참가자·방문 시민에게 지난 달20일 진단검사 이행명령을 내렸으나 검사율이 40% 안팎에 머물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은평구도 지난달 27일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를 상대로 “주 대표가 주도적으로 참석한 광화문 집회의 여파로 은평구민의 건강이 위협받았다”며 “직원들의 정신적·육체적 수고와 구민 건강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지역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데 대한 금전보상까지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역 방해로 인한 ‘구상권 청구’는 계속되지만 진척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대구시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과 신천지를 상대로 1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만희 총회장에게만 소장이 송달된 상황에 머물러 있다.

방역수칙 위반자를 상대로 처음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제주시의 상황도 제자리 걸음이다. 제주시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에 사는 모녀에게 1억원대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으나 5개월 넘도록 재판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제주시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경각심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피해 금액을 받아내는 것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염병 상황에서 진단 회피는 그 자체로 위험한 행동으로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염병 상황에서 전파가 우려되는 이들이 검사를 받지 않으면 잠재적으로 전파돼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전염병 시기에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했을 때 더 많은 피해를 줄여 온 전례가 있다. 방역당국의 구상권 청구 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감신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위험 행위”라며 “미검사 상태에서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전파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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