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총수공백’ 위기…경영 옭아매는 ‘재판 리스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불구속 기소 처분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에서는 삼성이 또 다시 ‘총수 공백’이라는 ‘불확실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패권 전쟁 등 지속되는 위기 속에서 전방위 경영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년 8개월 검찰 수사에… 5년 지리한 법정공방=경영권 승계 의혹 혐의에 대한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삼성의 분위기는 ‘패닉’상태다. 1년8개월 동안 이어진 장기간의 수사로 적잖은 경영상 제약을 받아온 삼성에게 재판 리스크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최고위 경영진의 기소는 기업 활동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만 봐도 2017년 특검 기소 이후 이 부회장은 4개월간 진행된 1심 재판에만 무려 53차례 재판에 출석했고, 재판정에 앉은 시간은 470여시간에 달했다. 재판에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이 줄줄이 불려나가면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현재까지 삼성의 대형 M&A는 전무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라 하더라도 매주 2~3회 꼴로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고, 재판 준비에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면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삼성의 초대형 사업 구상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 5월초 대국민 입장 발표를 통해 내놓은 ‘새로운 삼성’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래 투자에도 제동…재계 무차별 삼성 때리기 우려=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미래 청사진의 실행 동력도 크게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층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 속에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편중의 포트폴리오 개선에 사활을 걸어 왔다. ‘반도체 비전 2030’과 AI, 5G, 바이오, 전장 중심 반도체 등의 미래 비전도 공개했다. 이 같은 청사진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삼성이 도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기소가 유력해지면서 재계에서는 유죄낙인 효과를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의 대상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되고 그럴 경우 자금 조달과 해외사업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공사 프로젝트의 경우 회사나 경영진의 재판 내역을 입찰 요건으로 요구하는 게 업계 관행이어서 경영진의 기소만으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조달 비용을 비롯해 투자계약이 이어지기 힘든 ‘투자 불안정성’을 키우고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삼성에 제약 요소가 될 것”이라며 “삼성이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 리스크도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검찰 수사 발표를 계기로 삼성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입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 등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흔들기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사업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유인책은 만들어지지 않은 채 기업들에 부담을 늘리는 법안과 각종 규제들만 양상되고 있는 게 현 정부의 일관된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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