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잭 “스마트폰으로 연구실 시약 QR·바코드 찍으면 자동 등록”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

“시약병을 가득 쌓아두던 실험·연구실의 40년 관습, ICT로 깼죠.”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는 자사 ‘랩매니저’의 시약등록 시스템이 연구실 운영 효율 뿐 아니라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이라 강조했다. 대학, 기업, 연구기관 등에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연구실은 ‘막내’의 희생으로 시약을 관리해 왔다. 가장 늦게 연구실에 들어온 연구원들이 평균 700여종에 달하는 연구실 보유 시약 전체를 수기(手記)로 관리한다. 1년에 평균 두 차례인 감사 시즌에는 막내들이 연구를 제쳐두고 시약 현황 정리에 밤을 새운다. 대학연구자 업무 중 행정잡무 비중이 43.5%에 달할 정도다.

이런 수기 시약관리는 품이 많이 들면서도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김 대표는 “화학물은 영문으로 100여자를 넘을 정도로 명명법이 복잡해 줄임말을 쓸 수도 없다. 업데이트나 인수인계가 제때 되지 않아 보유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한 대학 연구실에서는 (사용기한이 지나) 40년 된 시약도 있었다”고 전했다. 1급 발암물질이 연구실 한 켠에 먼지가 수북한 채 방치되기도 했다. 그만큼 안전사고 위험도 높았다.

랩매니저에서 시약을 관리하는 방식 개념도.

스마트잭은 막내의 희생을 ICT로 대체했다. 시약관리 플랫폼 랩매니저를 개발한 것. 랩매니저 앱에 연구실계정을 만들고, 시약병에 있는 QR코드나 바코드만 휴대폰으로 찍으면 된다. 자동으로 시약 이름, 순도, 용량, 제조일, 개봉일, 유효기간이 등록된다. 지난 1일부터 휴대폰으로 시약 명칭을 촬영하기만 해도 인공지능(AI)이 시약을 인식, 등록해주는 기술도 도입했다. 사용량을 추적해 재고현황을 정확히 추정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기존의 연구실 시약관리는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이 높았다. 시약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연구실 안전도, 연구성과도 낼 수 있다.”

랩매니저는 지난해 6월 시범운영된 이후 각종 화학연구실마다 호평을 보내고 있다.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서울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대학부터 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이르기까지 1500여개 연구실에서 4000여명의 연구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진단키트나 손세정제, 신약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연구소에서의 랩매니저 활용도 더 높아졌다.

스마트잭은 이달 중 랩매니저에 오픈마켓 기능을 보강, 필요한 시약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시약은 최저가 검색처럼 구매조건을 한 번에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어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배송도 늦어 실험에 맞춰 시약을 받기 위해 개인사업자들에게 웃돈을 주기도 했다”며 “‘랩매니저 스토어’를 열어 시약 구매조건도 투명하게 알리고, 연구자가 플랫폼에서 구매한 시약은 자동으로 등록되게 할 예정”이라 전했다.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와 삼성전자를 거친 김 대표는 스승을 뵈러 갔다 시약관리 환경이 20여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것을 보고 같은 창업에 나섰다. 서울 행당동 옥탑방에서 앱을 개발, 최근 랩매니저 스토어를 열기 위해 시약 제조사, 판매 대리점의 판매정보를 일일이 확인하는 기반작업까지 했다.

이런 노력은 2018년 스파크랩의 6만달러 투자, 2019년과 올해 L&S벤처캐피탈과 슈미트랩의 10억원 투자 등으로 결실로 돌아왔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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