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럽 공들이는 사이 미국은 中 턱밑에 ‘동맹’ 구축 추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31일(현지시간)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 연례회의에서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 간 강력한 협력관계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과 중국이 외교무대에서 ‘내 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은 고위 외교인사가 잇달아 유럽을 찾으며 공을 들이는 사이, 미국은 중국 턱밑에 동맹 구축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3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 연례회의에서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과의 인도태평양 군사방위 협력 관계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동맹 수준으로 공식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인도는 1992년부터 공동으로 매년 벵골만에서 ‘말라바르’ 해상훈련을 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일본 해상자위대도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호주 해군으로 처음으로 초청됐다. 비건 부장관은 호주 해군의 참가를 군사방위 연합의 진전으로 평가했다.

비건 부장관은 “인도·태평양지역은 강력한 다자구도가 부족하다”면서 “나토나 유럽연합(EU) 같은 견고함이 없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너무 방대한 범위를 다룬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시점엔 분명 (동맹) 구조를 공식화하는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정부는 ‘태평양 나토’에 대한 열망을 계속 살펴볼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처럼 헌신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협력하는 '인도태평양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왔다.

비건 부장관은 논의 진전을 위해 올해 가을 인도에서 4개국이 만나기로 했다며, 강화된 협력이 “중국의 잠재적 도전”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월과 10월 이들 4개국을 잇달아 방문하기로 한 것도 협력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말라바르 훈련에 불편한 기색을 보여온 중국 입장에선 반가울리 없는 소식이다. 미국의 바람처럼 4개국이 동맹을 맺으면 중국은 군사적으로 포위되는 꼴이나 다름없다. 특히 중국이 수입하는 전체 원유와 가스의 80% 이상이 인도양과 말라카 해협을 지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강도 높은 미국의 외교압박에 맞서 유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자마자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 3국을 순방하기로 했다.

계주 경기를 하듯 중국 외교 최고위 인사가 잇달아 유럽을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유럽과 관계 강화를 위해 두 최고위급 외교관을 잇달아 유럽으로 파견하는 전례없는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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