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롯데에서 삼성까지… 반복되는 ‘총수 타깃’ 수사 장기화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2년여에 걸친 삼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계기로 ‘총수 구속’을 전제로 하는 검찰의 기업 수사 관행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환부만 도려내는 빠른 수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수사팀이 총수에 대한 ‘타깃수사’를 고집하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포스코 8개월, 롯데 4개월… 수사 장기화 반복

검찰이 ‘윗선’ 수사를 위해 수사를 장기화한 대표적 사례는 2015년 포스코 수사와 2016년 롯데그룹 수사를 꼽을 수 있다. 포스코 사건에서는 정준양 회장을 배임 혐의로, 롯데 사건에서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탈세 혐의로 기소했지만 결국 유죄판결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포스코 수사는 8개월, 롯데는 4개월에 걸쳐 전방위 수사가 이뤄졌다.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롯데 사건은 검찰이 가장 최근에 벌인 기업 전방위 수사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 수사’에 집중한 검찰은 기업에 대한 대규모 기획수사를 하지 않았다. 2016년 6월 시작된 롯데그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첨단범죄수사1부와 특수4부 등 2개 부서가 투입된 대형 수사였다. 수사 초반 검찰은 △비자금 조성(횡령) △계열사 간 부당거래(횡령·배임) △총수 일가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배임 등 3가지를 기본 혐의로 잡았다. 특히 정책본부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되면서 손쉽게 신격호-신동빈 오너 일가 부자를 겨냥하는 듯 했지만, 롯데케미칼 부당거래 등 주요 혐의에 개입했다는 물증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착수 4개월여 만에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본부 차원의 비자금 조성에 집중됐던 수사 중심은 소송사기와 계열사 부당거래 등을 거쳐 지분 상속 과정에서의 탈세 등으로 옮겨갔지만, 탈세를 비롯한 대부분의 혐의에 무죄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그 전해 이뤄진 포스코 수사 역시 정준양 회장에 대한 타깃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초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를 활로로 삼았던 검찰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2차례 영장이 기각되면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압박하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결국 정준양 회장에게 부실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한 책임을 물어 1600억원대 배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2년 뒤인 2018년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오너 집착’ 수사 장기화 관행 근절해야… 대책은

대형 로펌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기업은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경우 제대로 업무를 못해 압박을 느끼게 돼 있다”며 “혐의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범죄인지서를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원래 검찰이 목표로 삼았던 혐의가 공개되면 무리하게 수사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는 “일본은 기소중지를 하기도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 정도 되는 인사가 기소되면 일주일에 한두번은 재판을 받을텐데,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못한다. 공범을 먼저 기소하고, 혐의가 밝혀지면 그 때 가서 기소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총수 관여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 범위를 넓히기보다 공소사실을 확정한 만큼 먼저 기소를 하면 기업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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