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긴 천 겹의 바람길

해련, 드래곤윈드, 97×193.9cm, Oil on Canvas, 2019 [사진제공=갤러리다온]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作, 풀)

바람이 지나가면 풀이 눕는다. 수 천 번 바람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면 바람길이 생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지만, 바람이 지나갔다는 흔적은 명확하다. 흔적과 기록으로 존재를 짐작한다. 회화작가 해련은 이러한 바람과 바람길, 부재와 존재의 기록을 탐험한다.

실제 존재하는 풀 숲이 아니라 작가가 상상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바람은 풀을 눞이고, 풀은 바람보다 빨리 일어난다. 해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며 공명한다. 작가는 "회화의 조형적 표현으로 금방 사라져버리는 시공간과 오래 남는 영속성, 그리고 늘 역동적으로 변하는 공간성을 담아내려 한다"고 말한다. 바람이 지나는 그 순간의 풀 숲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경험이 겹겹이 쌓인 공간인 셈이다.

전시를 준비한 갤러리다온은 "작가의 풍경이 보여주는 바람소리, 내면의 울림을 보면서 혼란스럽고 힘겨운 이 시기에 위로와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기간 동안 문화예술컨설팅 그룹 '마리앤미카엘(디렉터 최유진)'이 기획한 작가의 작품집도 출간된다. 10년간 회화작업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9월 4일까지.

vicky@heraldcorp.com

해련, 비밀의 향로, 65.1x100cm, Oil on Canvas, 2019 [사진제공=갤러리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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