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여군창설 70주년’ 맞은 여군의 위상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에 걸린 지난 3월,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이 졸업 및 임관식을 마친 뒤 곧바로 코로나19 최전선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돼 5주 동안 확진 환자들의 치료를 지원한 일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최전방에서 총칼을 들고 적을 방어하는 역할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큰 위기와 고난이 올 때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존재로서 남군뿐 아니라 여군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과거에도 우리 어머니와 여성들은 국가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발 벗고 나서곤 했다. 임진왜란 때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나르던 어머니들, 21세기에 이르러 대형 참사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여군들의 모습은 나라의 위기에 남녀가 따로 없음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역사의 단면이다.

오는 6일은 여군창설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70년 전 여군이 처음 등장한 이래, 우리 군에도 바야흐로 여군시대의 새로운 서막이 열리고 있다. 오랜 세월 ‘군대=전쟁=힘의 전투=남성’이라는 인식에 따라 군대는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컴퓨터 앞에서 가상 전쟁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고, 전시와 평시에 따른 다양한 전략과 전술, 전문적인 식견과 판단력, 섬세함 등 종합적인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대가 되면서 여군 확대는 국제적 추세가 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군은 여군과 남군이 공존공생하는 양성평등한 군으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보다 발전적으로 진행되려면 물리적 환경 및 심리적 환경의 개선이 요구된다. 물리적 환경의 개선은 눈에 보이는 환경의 개선이다. 남녀 군인들이 서로의 성을 의식하지 않고 대등한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은 병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남군 위주의 군 문화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방부도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여군 비중을 2022년까지 현재의 7.4%에서 8.8%로 확대하기로 했다. 주요 직위의 여군 보직을 확대하고, 육아휴직 등 다양한 근무환경 및 조직문화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장병부터 장성까지, 국방대학원이나 각종 연구소 등 군 전반에 여성들이 포진돼야 하고, 그 비중도 25% 이상은 돼야 한다. 또한 군인과 민간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여성들이 교육되고 훈련되어 어떤 역할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의 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심리적 환경의 개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환경의 개선이다. 여자 군인, 남자 군인이 아니라 ‘군인’만이 존재한다는 의식이 군 전반에 자리잡는다면 여군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성폭력 등의 불미스러운 일도 많이 사라질 것이다.

여성이 군인으로서의 삶을 꿈꿀 때 물리적·심리적 환경이 보장된다면 최고의 인재들이 군인이 되고자 할 것이며, 대한민국군은 최정예군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최고의 리더십은 즐겁게 따르도록 하는 힘이다. 21세기 여성들이 즐겁게 따르고 싶은 군 문화를 선도적으로 창조하여 새로운 대한민국 여군의 역사가 시작되고, 훗날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 장성이 나타나고, 여성 국방부 장관도 탄생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이명숙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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