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단계 앞에 승자 없었다…오피스 상권도 속속 ‘임시휴업’

지난 8월 31일 오후 8시께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 거리. [사진=김빛나 기자]

“잘 되고 있는 가게 없어요. 직장인이 없는데 어떻게 잘 돼.”

지난 8월 31일 오후 8시께.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식당 주인인 최준섭(50)씨는 이같이 말했다. 저녁 손님들로 가득차야 할 식당 테이블 10곳 중 1곳에만 손님이 있었다. 최씨는 “주변에 대기업이 많아 나름 고정 손님이 있는 가게인데도 너무 손님이 없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힘들 것”이라며 기자에게 일주일 매출 추이를 보여줬다. 이날 하루 매출은 지난주 월요일과 비교했을 때 3분의 1 수준인 80여만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평일 첫날 마감을 하는 최씨는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거리두기 2.5단계 앞에 오피스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재택근무에 들어가거나 점심도 직장에서 배달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고정 손님’이었던 직장인들이 줄어서다. 거주지와 동떨어진 지역이라 배달 매출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 단축 영업·휴업을 고려하는 상인이 늘고 있다.

개인 카페는 흥한다? “손님 없는 건 똑같아”
지난 8월 31일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에 텅 빈 거리. [사진=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가 지난 31일 직장인이 많은 서울 중구 시청·서울역,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음식점·카페 등을 마감 시간인 7시~9시께 방문한 결과, 특별히 매출을 올린 ‘승자’는 없었다. 대형 빌딩 내 음식점부터 풍선효과를 누릴 것이라 기대했던 개인 카페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리는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이 없어 적막한 분위기였다.

서울 중구에 있는 140평짜리 대규모 개인 카페도 우울한 월요일을 보냈다. 직원 정용환(28)씨는 “솔직히 ‘우리쪽으로 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며 “현실은 직장인이 없어 점심 손님이 줄고, 저녁 장사는 날아갔다”고 말했다. 베이커리형 카페, 브런치·후식 메뉴가 나오는 음식점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여의도의 한 식당 매니저는 “특별히 손님들의 체류시간이 늘거나 하지 않고, 점심 손님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재택 근무 증가와 더불어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 크다. 음식점·카페 내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거나 곧장 사무실로 들어가는 분위기가 직장 내에 형성됐다. 시청 주변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한성원(가명·29)씨는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 회사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며 “다들 안 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피스 상권도 ‘매장 대신 배달’

[헤럴드경제=박해묵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첫 날인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 영업시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 빌딩 내 음식점도 전반적인 매출 하락 속에 배달에 주력했다. 대형 빌딩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유민정(가명·36)씨는 “평소 30% 미만이던 배달·포장 비중이 오늘 하루만 70% 수준으로 올라갔다”며 “(출입명부) 보시면 알겠지만 매장에는 사람이 적었다”고 말했다. 유씨가 보여준 출입명단에는 9명의 이름이 적여 있었다.

휴점을 고려하는 상인도 늘었다. 직장인들이 ‘퇴근길 한 잔’을 위해 방문하는 서울 중구 만리동 일대 는 ‘31일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쉬어갑니다’ 팻말이 붙은 고깃집도 있었다. 식당 주인 최준섭(50)씨는 “그냥 다음 주부터 문 닫으려고요. 개업 휴업 상태로는 영업 못합니다”고 말했다. 한숨을 계속 쉬면서도 최씨는 “언젠가가 될지 모르지만 상황 좋아지면 동료들과 놀러와달라”고 기자에게 가게 명함을 웃으며 건넸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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