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예산] 무너지는 재정건전성…2024년 국가채무비율 60% 육박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가 세수 확충 방안 없이 ‘슈퍼확장’ 예산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훼손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대의 재정적자를 내는 내년도 예산안 및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재정적자는 국가채무로 이어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동안 30%대를 유지하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년 후인 2024년에는 6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건전성을 높이려면 정부 지출을 수입보다 적게 하는 긴축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여기엔 국민적 고통이 수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력이 있을 때 지출 조정 또는 세수 확충을 통해 건전성을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비상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에는 이런 점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예산안’과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는 정부 재정수입이 연평균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총지출 증가율을 5.7% 늘리도록 편성함으로써 매년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특히 실질적 재정수입의 근간이 되는 국세수입이 연평균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대비하면, 총지출은 이의 2배 속도로 늘어나도록 편성했다.

‘과속’ 지출확대는 재정수지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악화시키게 된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76조2000억원 적자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매년 73조~88조원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GDP 대비 적자비율은 매년 3.6~4.0%에 달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5%)을 제외하고 매년 흑자를 냈던 데에서 대규모 적자로 바뀌는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기금 수지를 제외해 실질적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더 심각하다. 올해 111조5000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내년에 109조7000억원, 2022년 이후엔 120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GDP 대비 적자비율은 매년 5.4~5.9%에 달한다. 이것 역시 외환위기 이후 2009년(-3.6%)을 제외하고 -2%대 이내에서 관리됐으나, 급속히 악화되는 것이다.

재정적자는 국가채무로 이어진다. 국가채무는 올해 111조원 급증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매년 94조~130조원 폭증해 2024년 132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에서 2024년 58.3%로 5년 사이에 20%포인트 급등한다. 역대 정부가 재정관리를 강화해 2011년( 30.8%) 이후 2018년(35.9%)까지 30%대 중반을 유지했던 데에서 급변하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재정은 경제위기시 국가경제, 국민경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확장예산 편성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이 경제위기 때 ‘최후의 보루’역할을 하려면 평시엔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하지만 이런 고려가 없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1~2년 후부터는 재정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그 의지를 찾기 어렵다. 올해 예산안 및 중기 재정계획이 재정악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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